프랑스의 구조대원이 10일(현지시각) 치료가 필요한 이주민 수송을 위해 난민 구조선 ‘오션 바이킹’호에 내리고 있다. 이 배는 이탈리아의 수용 거부로 3주 가량 지중해 바다를 떠돌다가 11일 프랑스 툴롱 항구로 들어갈 예정이다. 지중해/로이터 연합뉴스
프랑스가 10일(현지시각) 이탈리아가 거부한 난민 234명이 탄 구조선을 수용하기로 하면서 이탈리아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탈리아도 곧바로 맞받아치면서 난민 문제를 둘러싼 두나라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제랄드 다르마냉 프랑스 내무장관은 이날 국무회의 뒤 기자회견을 열어 난민 구조선 ‘오션 바이킹’을 지중해의 툴롱 항구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다르마냉 장관은 이 구조선이 이탈리아 정부의 입항 거부로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근처 바다에서 떠돈 것을 거론하며 이탈리아 정부의 행태는 부끄럽고 이기적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프랑스는 이탈리아 정부의 용납할 수 없는 행위를 예외적으로 보완하는 차원에서 이 배를 툴롱 군항으로 초대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해상 구호단체 ‘에스오에스(SOS) 메디테라네’가 운용하는 오션 바이킹은 지중해 중부에서 이주민 234명을 구조했으나 이탈리아와 몰타가 입항을 거부하자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근처에서 3주 가량 떠돌았다. 이 배는 11일 툴롱에 도착할 예정이다.
다르마냉 장관은 “이 해역이 이탈리아의 구조 영역이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이번 사태가) 두나라 관계에 아주 강력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대응 조처로 이탈리아에서 받기로 했던 이주민 3천명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국경 통제도 강화해 이탈리아에서 이주민들이 넘어오는 걸 막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탈리아 쪽도 즉각 받아쳤다. 마테오 피안테도시 내무장관은 성명을 내어 “이탈리아는 올해에만 9만명의 이주민을 수용했다”며 “234명을 받아달라는 요구에 대한 프랑스의 반응은 연대를 계속 요구하는 나라의 반응으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더 이해할 수 없는 건 왜 다른 나라들은 받아들이기 싫어하는 걸 이탈리아만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냐”고 덧붙였다.
유럽연합(EU)은 이주민들이 주로 이탈리아와 스페인으로 들어오는 점을 고려해 각국이 난민을 분산 수용하기로 했지만 올해 이탈리아로 들어온 난민 9만명 가운데 다른 나라로 옮겨간 이는 164명에 불과하다고 <로이터> 통신이 유엔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주민들을 둘러싼 유럽연합 회원국간 갈등은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지만 이날 프랑스의 이탈리아 정부 비판은 예외적으로 신랄했다. 두나라의 물밑 논의가 진행되는 와중에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신임 총리가 프랑스의 난민선 수용을 기정사실화한 탓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멜로니 총리는 지난 8일 이탈리아 <안사> 통신이 오션 바이킹을 프랑스가 수용하기로 했다고 보도하자 프랑스 정부의 공식 확인도 나오기 전에 ‘감사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자 프랑스 정부 관계자들은 즉각 이탈리아 정부의 행동을 용납할 수 없다고 반응했다. 이어 9일에는 올리비에 베랑 프랑스 정부 대변인이 직접 나서 “이탈리아 정부의 현재 태도, 특히 난민선 수용 거부는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극우 성향의 멜로니 총리는 취임 전부터 해상을 봉쇄해서라도 이주민을 차단하겠다고 공언해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유럽연합 회원국들과 이주민 수용을 둘러싸고 계속 갈등을 빚을 우려가 높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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