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와 경쟁 업체인 에프티엑스(FTX)의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5월의 ‘테라-루나 폭락 사태’를 연상시키는 가상자산(암호화폐) 가격 폭락과 자금 인출 사태로 가상자산 업계가 긴장하는 가운데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유동성 위기에 처한 경쟁업체 에프티엑스(FTX)를 인수하기로 했다.
바이낸스의 자오창펑 최고경영자는 8일(현지시각) 유동성 위기에 처한 에프티엑스를 돕기 위해 이 회사를 인수하는 내용의 투자의향서에 서명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자오창펑은 트위터를 통해 “오늘 오후 에프티엑스가 도움을 요청했다. 자금 압박이 상당하다. 이용자 보호를 위해 구속력이 없는 투자의향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에프티엑스의 샘 뱅크먼프리드 최고경영자도 트위터를 통해 “주주를 보호하는 것이 우리의 최우선 과제”라며 두 회사간 합의의 세부 사항은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에프티엑스는 자신들이 직접 발행한 코인인 에프티티(FTT)의 가격이 폭락하면서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에프티티의 가격은 지난해 9월 초 79.7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계속 폭락해 8일에는 6.9달러 수준에서 거래됐다. <로이터>는 이 코인의 가격이 425일동안 91.33% 하락하는 등 ‘자유 낙하’를 했다고 전했다.
이 코인의 가치가 폭락하자 상당량의 코인을 자체 보유한 에프티엑스 거래소의 자금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특히, 지난 2일 미국 가상자산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가 뱅크먼프리드가 소유한 투자회사 ‘알라메다 리서치’가 전체 자산 146억달러(약 20조3천억원)의 25%를 에프티티 코인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사태는 ‘테라-루나 사태’를 연상시키는 수준으로 악화됐다. <로이터>는 지난 3일 동안 에프티엑스 거래소 이용자들이 빼내간 자금이 최대 60억달러(약 8조3420억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정했다고 전했다.
이 거래소의 자금 인출 사태는 비트코인 가격에도 영향을 줘, 며칠 전까지 2만달러 이상을 유지하던 비트코인 가격은 9일 오전(한국 시각) 1만8300달러 선까지 하락했다. 금융 서비스 업체 트레이디어의 댄 라주 최고경영자는 “세계적인 대형 거래소인 에프티엑스가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고 주요 경쟁 업체인 바이낸스가 지원에 나섰다는 건 무서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로이터>는 바이낸스가 현재 자금 세탁 혐의로 미국 법무부의 조사를 받고 있는 사정 등을 볼 때 금융 규제 당국이 두 거대 거래소의 거래를 승인할지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반독점 전문가 세스 블룸은 “반독점 규제 기관이 이 거래를 미국 고객들에게 부정적인 것으로 판단하면 거래를 저지하기 위해 소송을 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