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서 부적절한 히잡 착용을 이유로 체포됐다가 사망한 마흐사 아미니의 사망 40일째를 맞은 26일 그의 고향 도시 사케즈에서 열린 추모시위. 추모자들이 아미니의 묘지로 행진하고 있다. 이 사진은 트위터에 올라왔다. AFP 연합뉴스
이란 경찰이 히잡 착용 강요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발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란 경찰이 반정부 시위의 계기가 된 마흐사 아미니(22) 의문사 사건 40일째 되는 26일 열린 항의 시위 때 시민들을 향해 발포했다고 인권 단체와 목격자들 말을 인용해 <로이터> 등 서방 언론들이 보도했다. 경찰의 발포는 아미니의 고향인 이란 북서부 쿠르드족이 많이 사는 도시 사케즈에서 발생한 시위 때 일어났다. 아미니는 지난 9월 13일 수도 테헤란에서 히잡을 느슨하게 썼다는 이유로 도덕 경찰에게 붙잡힌 뒤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사흘만인 9월16일 숨졌고, 이후 이란 전역에서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26일 사케즈에서는 시민 수천명이 아미니의 묘 근처에 집결해 이를 막는 경찰과 충돌했다. 경찰은 실탄과 최루가스를 군중을 향해 발포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경찰은 아미니 사망 40일째 추모시위를 막기 위해 사케즈를 포함해 다른 쿠르드족 주요 거주 지역에 대규모 병력을 배치했다. 사망 40일째는 이란에서는 고인을 기리는 중요한 날이다.
시민 수천여명은 이날 사케즈에서 “여성, 생명, 자유”를 외쳤고,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도 터져 나왔다. 특히, “쿠르디스탄(쿠르드족 주요 거주 지역)은 파시스트들의 무덤이 될 것이다”이라는 구호도 나와 이번 시위가 쿠르드족 분리독립 문제로도 비화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사망한 아미니는 쿠르드족이다.
노르웨이에 있는 쿠르드족 인권단체인 헨가우(Hengaw)는 트위터에 추모자들이 지방정부 청사로 향해 행진했고, 경찰이 광장에 있던 사람들을 향해 발포했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한 목격자를 인용해 “폭동 진압 경찰이 묘지에 모여있던 추모자들을 향해 발포했고, 수십명이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란의 관영 <이스나> 통신은 “제한적인 수의 사람들이 아미니의 추모식에 참석했다가 경찰과 충돌해 해산됐다”고만 보도했다.
이란의 반정부 활동가들은 아미니 사망 40일 추모시위는 테헤란 등 다른 지역에서도 열렸다고 전했다. 테헤란의 여학교 내에서 경찰이 최루가스를 살포하는 장면이 찍힌 동영상이 나돌고 있다.
아미니가 지난 9월16일 사망한 이후 이란 전역에서는 항의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의 강경 진압으로 많은 희생자가 속출하고 있다. 노르웨이의 인권 단체인 ‘이란 인권’은 적어도 어린이 29명을 포함한 234명이 시위 진압 과정에서 사망했다고 추정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