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중심가의 한 전광판에 항셍지수가 나오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시진핑 3기 지도부 출범에 대한 우려로 중국 정보기술(IT) 기업에 대한 ‘차이나 런’이 발생했다. 시진핑 국가주석 ‘1인 지배체제’가 강화돼 수출보다 내수, 규제 완화보다 확대, 미국과 협력보다 대결 강화에 초점을 둔 정책들이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며 시장이 일종의 ‘패닉’에 빠진 것이다.
중국공산당 20기 중앙위원회 제1차 전원회의(20기 1중전회)를 통해 시 주석 3기 최고지도부가 공개된 뒤 첫 거래일이었던 24일 홍콩과 뉴욕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의 주가가 급락했다. 홍콩 항셍지수는 이날 6.4% 하락해 2009년 4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뉴욕 증시 중국 기업들도 10% 이상 급락했다.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12.5%, 징둥닷컴이 13%, 핀둬둬는 24.6% 떨어졌다. 뉴욕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5곳의 시가총액은 이날 하루에만 무려 523억달러(약 75조원) 빠졌다. 하지만 이날 다우지수는 1.3% 올랐다. 25일 이들 기업들의 주가는 반등했지만,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이번 하락은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아닌 시 주석 ‘1인 지배체제’에 대한 시장의 심리적 충격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주가 폭락이 있었던 24일 공개된 중국 3분기 경제성장률은 시장 예측보다 양호한 3.9%를 기록했고, 홍콩·미국과 달리 외국 투자자가 많지 않은 상하이 등 중국 국내 증시 등락 폭이 2% 안팎에 머물렀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24일 공개된 중앙위 정치국원 명단을 보면, 리창 상하이시 당 서기와 허리펑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주임이 경제 투톱을 맡게 됐다. 이들이 ‘반시장적’이라는 증거는 없지만, 시 주석의 최측근이라는 점에서 최근 1~2년 동안 이어진 정책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로 인해 직격탄을 맞게 된 것은 중국의 정보기술 기업들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독점질서가 강화되고 자본이 무질서하게 확대되는 것을 막겠다”는 방침을 밝힌 뒤, 알리바바·텐센트(텅쉰)·징둥·디디추싱·메이퇀 등 거대 민영 정보통신 기업을 강력히 제재해왔다. 특히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는 2020년 10월 “중국의 은행은 전당포와 같다”고 한 발언을 계기로 개인적으로 큰 고초를 겪었다. 세계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 기대를 모았던 알리바바 계열사 앤트파이낸셜의 상장이 무산됐고, 본인도 한동안 공개 무대에 나서지 못했다. 당국의 만류를 무릅쓰고 미국 시장에 상장한 중국 최대 차량 호출 서비스인 디디추싱 역시 사이버보안법 위반 등을 이유로 80억2600만위안(1조6천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당과 국가가 직접 나서 자신들을 넘어서는 재력과 정보력을 확보해가는 거대 정보통신 기업들에 철퇴를 내린 것이다. 이들 회사는 시 주석의 새로운 화두인 ‘공동부유’에 기여하겠다며 지난해부터 앞다퉈 수조위안의 기부금을 내고 있다.
또 온라인 게임 시간제한 등 국가가 ‘대의’라고 생각하는 가치를 위해 직접 시장에 개입하는 일이 잦아졌다. 중국 당국은 초·중·고교 학생들의 학업 부담을 줄여준다는 이유로 평일 학원 수업을 금지하고, 사교육 기관의 신규 허가를 금지했다. 기존 학원은 비영리 기관이 되어야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중국 정보기술·플랫폼 기업들에는 하나같이 커다란 악재들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이번 하락은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 때문이 아니다”라며 “중국의 성장은 후진타오 시대까지 이어진 경제적 자유의 증가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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