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폴란드 크라쿠프에 한 경기장에서 유로파 리그가 펼쳐지는 가운데 축구팀 다이나모 키이우를 응원하는 팬이 ‘헤르손은 우크라이나’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가 영토 병합 선언을 한 네개 주 가운데 하나인 헤르손주의 러시아 행정수반이 주민 대피를 권하고 러시아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다.
13일(현지시각) <타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헤르손주 러시아 점령지 행정수반인 블라디미르 살도는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헤르손 지역의 모든 주민들이 원한다면 미사일 공격의 결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것을 제안한다”면서 “다른 지역으로 자녀와 함께 떠나라”고 말했다. 이어 “매일 헤르손 지역의 도시들은 미사일 공격을 받는다. 이에 따라 헤르손 행정부 지도부는 헤르손 가족들에게 러시아 연방의 다른 지역으로 가서 쉬고 공부할 수 있는 선택권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살도 행정수반은 이어 “러시아 지도자에게 대피 작업을 도와줄 것을 요청한다”고도 덧붙였다.
<타스> 통신은 헤르손에서 탈출한 첫 민간인들이 빠르면 14일 러시아 로스토프주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로스토브 주지사는 헤르손을 떠나기로 한 이들을 수용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다만, 부수반인 키릴 스트레무소프는 이날 살도의 발언이 대규모 대피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대피령 같은 것은 없다. 러시아 지역들은 과거에도 우리를 도와왔다”면서 “계속되는 포격에서 주민들의 생명을 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헤르손주 행정수반의 이날 발언은 하루 전 우크라이나군이 헤르손주에서 마을 5곳을 추가 탈환했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나왔다. 이달 초부터 우크라이나군은 남부 전선에서도 전격적인 탈환 공세를 이어가 전쟁이 터진 뒤 가장 큰 진격에 성공했다. 지난 7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드니프로강 서쪽 마을 수십 개를 되찾은 뒤, 1일 이후 헤르손주에서만 500㎢가 넘는 영토를 탈환했다고 밝혔다. 헤르손주는 크림반도로 가는 육로와 연결돼 러시아가 병합 선언을 한 네개 주 중 전략적 중요성이 가장 큰 곳으로 평가 받는다. 헤르손주의 러시아 수장이 직접 밝힌 이날 주민 대피 권고는 러시아 정부가 영토 병합 선언을 한 지역에 대해 통제력을 잃고 있다는 가장 극명한 징후라고 <로이터>는 통신은 해석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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