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12일 이란 편법 판별 위원회 회원들과의 회의하며 발언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하메네이는 최근 이란의 히잡 반대 시위를 ‘폭동’이라 묘사했다. EPA 연합뉴스
이란 히잡 반대 시위가 한 달 가까이 이어지며 10대들이 주체로 나서자 이란 당국이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학생들까지 체포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각) <아에프페>(AFP) 통신은 최근 이란 보안군의 강경한 시위 진압으로 사망한 이들 중 어린이가 상당하며, 시위 중 체포된 수백명 규모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성인 교도소에 수감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트위터에는 “이란 보안군이 어린이들로 가득한 초등학교 운동장 내에 최루탄을 터트렸다”며 영상이 게재했다. 영상에는 히잡을 쓰고 책가방을 멘 학생들이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허둥지둥 웅성이다 서로 껴안는 장면이 담겼다.
이날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인권(IHR)은 이란 전역에 한달 가까이 이어진 시위로 지금까지 최소 201명이 사망했는데 이중 23명이 미성년자라고 밝혔다.
지난 9일 영국 <가디언>도 이란 보안군이 초등학교 교내에서 어린이를 체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 보안군은 번호판이 없는 승합차를 타고 와 초등학교 교내에서 학생들을 체포한다며, 이 모습이 소셜미디어 영상을 통해 공유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날 이란 당국은 지난달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 경찰에게 붙잡힌 뒤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의 고향이자 쿠르드족 밀집지인 쿠르디스탄 주의 모든 학교와 고등교육기관을 폐쇄했다. 이란 교육부는 보안군의 승합차 차량이 학교로 들어가는 사진과 영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 축출 조처가 내려진 게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의 부모들과 연락이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란에서 10대 학생을 둔 가족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다. 20살 대학생 마틴은 <가디언>에 외삼촌이 오늘 아침 전화해 가능한 한 빨리 16살인 자신의 여동생을 학교에서 데려오라고 재촉했다고 전했다. 마틴은 “삼촌은 반다르 아바스(이란 남부 항구도시)의 중고교 학생들이 진압군에 의해 체포됐다며 곧 여동생의 학교도 공격받을 수 있다고 했다. 부모님은 당황해서 얼른 여동생을 학교에서 데려왔다”고 말했다. 신문은 현재 이란에서 부모들은 자녀에게 특히 인터넷에 시위 사진과 동영상을 공유하는 것을 피하라는 조언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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