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의 폭격으로 손상된 우크라이나 수도 인근의 발전소 위성 사진. 맥사테크놀로지 AP 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등 주요 도시에 대한 공습을 13일에도 이어갔다. 우크라이나군은 남부 헤르손주에서 5개 마을을 되찾았다.
올렉시 쿨레바 키이우 주지사는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지역 공공 시설이 자폭 드론(무인기)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사망자가 있는지 등 구체적 사항은 밝히지 않았다. 키릴로 티모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부실장도 텔레그램에 “중요 기반 시설에 대한 자폭 드론 공격이 있었다”는 글을 올렸다. 구체적으로 어디에 있는 어떤 시설인지를 밝히지는 않았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이란제 자폭 드론을 들여와 공격을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란은 러시아에 군사용 드론을 공급하지 않는다고 부인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8일 오전 이뤄진 크림대교 폭파에 대한 보복으로 9일 밤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주에 공습을 한데 이어 10일엔 수도 키이우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전역에 80발이 넘는 미사일 공격을 퍼부어 19명이 숨지게 했는데, 이날도 공습을 계속했다.
앞서 12일 우크라이나군은 드니프로강 북쪽에 위치한 노보그리고리우카, 노바카먄카 등 헤르손주 북동부 지역 5개 마을을 러시아군으로부터 되찾았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헤르손주는 러시아가 지난 5일 자국 영토로 병합하는 절차를 모두 마친 곳이다. 우크라이나군은 올 여름부터 헤르손주의 북서부 지역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면서 이 지역 최대 도시인 헤르손시를 고립시키는 데 집중해왔다.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이 도시 북동부 방면에서 헤르손시 방향을 향해 계속 밀고 내려오고 있다.
러시아군은 동부 도네츠크주 중북부에 위치한 바흐무트와 아우디이우카 주변에 지상군을 집중하고 우크라이나군과 싸우고 있다. 파울로 키릴렌코 도네츠크주 주지사는 러시아군이 이날 아우디이우카 중앙시장을 공격해 적어도 7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그는 “시장이 많은 사람으로 분주한 시간에 러시아군이 포격을 했다”며 “이는 군사 논리가 결여된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러시아군은 헤르손주 서쪽 흑해 인근 도시 미콜라이우에도 미사일 공격을 벌여, 5층짜리 주거용 건물의 위쪽 2개 층이 완전히 파괴됐다고 현지 정부 관계자가 밝혔다. 사상자 규모는 즉각 알려지지 않았으며, 구조대가 잔해 속에서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 11~12일 러시아군이 공습을 가한 에너지 기반시설은 전체의 30%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우크라이나 에너지부가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쟁으로 파괴된 에너지 기반시설, 학교, 주택 복구 비용 170억달러(약 24조2600억원) 등 내년에 필요한 전체 복구 비용이 550억달러(약 78조4900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의 공습 여파로 유럽 최대 규모인 자포리자 원전에 대한 외부 전력 공급이 한때 끊겼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우크라이나 원전 운영기업 에네르고아톰은 원전 인근의 변전소가 공격을 당해 8시간 동안 원전에 전력이 공급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발전소를 점령한 러시아쪽이 상황을 안정시키는 조처를 전혀 취하지 않고, 도리어 매일 (주변의) 중요 기반시설을 폭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자포리자 원전에 대한 전력 공급은 이날 오후 다시 시작됐지만, 상황은 여전히 불안하다고 밝혔다. 원자력기구는 6기의 원자로가 모두 가동을 멈춘 상태지만, 냉각 장치 등에 대한 전력 공급은 여전히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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