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각) 베네수엘라 테헤리아스에서 홍수로 손녀를 잃은 여성이 오열하고 있다. 테헤리아스/로이터 연합뉴스
혹독한 여름이 끝났지만 전 세계 곳곳에서 자연재해가 계속되고 있다. 우기가 끝나가야 하는 동남아는 물론이고 남미와 남반구 오스트레일리아(호주)에도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남미 베네수엘라에서는 최근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대규모 사망자가 나왔다. 11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번 폭우와 산사태로 현재까지 최소 43명이 사망했다. 실종자를 찾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사망자는 더욱 늘 수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국영텔레비전에서 “100명이 사망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8일 밤,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북서쪽으로 약 67㎞ 떨어진 테헤리아스에는 폭우가 내렸다. 한 달 강수량에 해당하는 많은 비가 8시간 동안 쏟아지면서 주변 강들이 범람했고 산사태로 이어졌다. 사망자와 실종자가 다수 발생한 것은 물론이고, 전력 시스템 등도 망가졌다.
10일(현지시각) 폭우로 산사태 피해를 입은 베네수엘라 테헤리아스의 모습. 테헤리아스/로이터 연합뉴스
인도네시아에서도 이달 초부터 내린 폭우로 학생 3명을 포함해 10명이 사망하고, 80개 지역에서 약 15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네팔 서부 지역도 폭우와 산사태로 적어도 1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인도 북부지역에서도 폭우로 10여명이 사망했다. <로이터>는 “인도의 우기는 9월 중순 북서부에서 끝나기 시작해 10월 중순에는 전역에서 끝나야 한다”며 “일부 환경론자들은 이례적으로 습한 날씨의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의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에는 기상관측이 시작된 1858년 이후 164년 만에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 남은 약 3개월도 평년보다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9일부터 비는 다소 잦아들었지만 댐과 강들이 수위가 높아진 상황이어서 당국은 여전히 곳곳에 홍수 위험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폭우의 원인으로는 서태평양의 해수면과 수온이 평년보다 오르고 동태평양의 수온은 낮아지는 라니냐 현상이 꼽힌다. 적도 무역풍이 강해질 때 나타나며, 엘니뇨와는 반대 현상이다. 라니냐가 발생하면 오스트레일리아와 동남아시아 지역의 홍수 위험이 커진다.
<에이피>(AP) 통신에 따르면 오스트레일리아 기상청은 “라니냐 현상이 봄에 정점을 찍고(오스트레일리아는 지금이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 내년 초부터는 균형적인 상태로 돌아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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