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가 2024년말까지 스마트폰 충전 방식을 통일하기로 함에 따라 애플의 아이폰 충전 방식도 변경이 불가피해졌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이끌고 있는 미국 애플이 2024년 말까지 아이폰의 충전 포트를 바꾸는 게 불가피해졌다.
유럽의회는 4일(현지시각) 스마트폰, 태블릿, 디지털 카메라, 헤드폰 등의 충전 규격을 2024년 말까지 유에스비-시(USB-C) 타입으로 통일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유럽연합(EU)의 충전 규격 통일은 전세계에서 처음 시행되는 조처다. 유에스비-시 타입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표준으로 자리잡은 충전 규격이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자사의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독자 규격의 충전 포트를 써온 애플은 앞으로 2년 안에 모바일 기기의 설계를 변경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시장 분석기관 ‘시시에스(CCS) 인사이트’의 수석 분석가 벤 우드는 2023년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폰15부터 충전 포트와 충전기 변경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유럽의회는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공지에서 휴대형 게임기, 휴대형 스피커, 전자책 리더기, 컴퓨터 키보드, 마우스, 휴대형 길안내(내비게이션) 장비도 2024년 말부터는 같은 충전 규격을 써야 한다고 밝혔다. 또 법 시행 40개월 뒤인 2026년부터는 유럽연합에서 판매되는 노트북 컴퓨터도 충전 규격을 유에스비-시로 통일해야 한다.
이번 결정에 따라 전세계의 수많은 전자 제품 생산 업체들도 제품의 설계를 변경하는 게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존의 많은 소형 전자 제품들은 유에스비-에이(A)와 비(B) 규격의 표준, 미니, 마이크로 등 6가지에 달하는 규격을 제각각 써왔고, 최근에야 유에스비-시로 규격이 점차 통일되고 있다. 소형 전자 제품은 크기의 한계 때문에 여러가지 충전 포트를 갖추기 어렵고, 유럽연합 전용 제품을 따로 만들어 판매하는 것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유럽연합의 이런 움직임은 휴대형 전자 기기들의 충전 규격이 제각각이어서 소비자들의 불편이 크고 버려지는 충전기가 많아지면서 환경에도 악영향을 준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유럽연합의 지난 2019년 조사를 보면, 소비자들의 84%는 스마트폰 충전기 때문에 불편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유럽의회는 지적했다. 유럽의회는 휴대형 기기의 충전 규격이 통일된 뒤에는 소비자들이 새 기기를 살 때 충전기까지 함께 구매할지 아니면 충전기를 빼고 본체만 구매할지 선택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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