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트위터 인수 거부 3개월 만에 말을 바꿔 예정대로 트위터를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머스크의 사진이 표시된 스마트폰 뒤로 트위터의 로고가 보인다. AFP 연합뉴스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 계약 파기를 선언한 지 3개월 만에 계약을 원래대로 이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이 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머스크는 지난 3일 트위터쪽에 보낸 편지에서 지난 4월 약속한 대로 주당 54.2달러에 인수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트위터는 이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보고했다. 이렇게 되면,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비용은 440억달러(약 63조원)에 이르게 된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트위터 주가는 전날보다 22%나 폭등했다.
머스크가 인수 계약 이행 의사를 밝힌 것은, 계약 이행을 강제하기 위해 트위터가 제기한 소송을 2주 정도 앞두고 나왔다. 머스크가 왜 트위터 인수 거부 의사를 번복했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승소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머스크쪽이 트위터에 가짜 계정이 많으며 이는 중대한 계약 해지 사유라고 주장해왔으나, 재판 과정에서 이를 입증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고 전했다.
머스크는 지난 4월 개인 자격으로 트위터를 인수하기로 회사 쪽과 합의했다. 하지만, 3개월 뒤인 7월8일 트위터가 가짜 계정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약 파기를 선언했다. 이에 대해 트위터는 자사의 내부 정보를 충분히 제공했다며 애초 인수 계약을 강제하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델러웨어주 법원에 제기된 소송은 오는 17일부터 진행될 예정이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머스크와 트위터가 이판사판식의 법정 싸움을 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트위터가 머스크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재판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쪽의 신뢰가 이미 깨진 만큼 트위터가 재판을 곧바로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미국 브루클린법대의 앤드루 제닝스 교수는 “트위터가 머스크의 말만 믿고 소송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트위터쪽은 이번 계약 이행 의사 표명을 시간끌기 전술로 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머스크는 이미 두번이나 소송 진행을 늦추려 시도한 바 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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