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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미혼 여성도 임신중지권”…인도 대법원, 잇단 전향적 판결

등록 2022-10-03 10:36수정 2022-10-03 10:47

세계 안전한 임신중지의 날이었던 지난달 28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로마 시내에서 젊은 여성들이 ‘나의 마음, 나의 몸, 나의 자유’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모여 있다. 로마/AFP 연합뉴스
세계 안전한 임신중지의 날이었던 지난달 28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로마 시내에서 젊은 여성들이 ‘나의 마음, 나의 몸, 나의 자유’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모여 있다. 로마/AFP 연합뉴스

최근 인도에서 여성인권과 가족 개념 등에 관한 전향적인 대법원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인도 <타임스 오브 인디아> 등 외신에 따르면 인도 대법원은 지난달 29일 미혼여성의 임신중지권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놨다. 25세 미혼여성의 청원을 심사한 인도 대법원은 “미혼 여성도 임신중절법에 따라 임신 24주 이내에 임신중지를 할 권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1971년 마련된 인도의 임신중절법은 결혼한 여성에게만 허용됐다. 지난해 임신중절이 가능한 기간을 임신 20주 이내에서 24주 이내로 확대했지만, 미혼여성도 임신중지를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은 명시되지 않았다. 대법원은 “여성의 혼인 상태가 원하지 않는 임신을 중지할 권리를 박탈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며 “여성들이 이러한 권리를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게 자율성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과 활동가들은 인도 대법원의 이번 판결을 상징적이라고 평가했다. <타임스 오브 인디아>는 “기념비적인 판결이라고 할 만하다”고 보도했고, <로이터> 통신은 “활동가들은 이번 판결이 인도 여성의 권리를 위한 이정표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각) 인도 아흐메다바드의 나렌드라 모디 경기장에서 열린 36회 전국대회 개막식에서 한 남성이 인도 국기를 흔들고 있다. 아흐메다바드/AFP 연합뉴스
지난달 29일(현지시각) 인도 아흐메다바드의 나렌드라 모디 경기장에서 열린 36회 전국대회 개막식에서 한 남성이 인도 국기를 흔들고 있다. 아흐메다바드/AFP 연합뉴스

인도는 지난 8월에도 가족 개념을 확대 해석하는 대법원 판결로 눈길을 끌었다. 8월30일 인도 대법원은 전통적이지 않은 형태의 가족도 사회복지 혜택을 동등하게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 대법원은 남편이 이전 혼인 관계에서 얻은 아이 둘을 돌보면서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여성에 대해 출산휴가를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 여성의 고용주인 정부 의료기관은 이 여성이 이미 남편의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휴가를 냈다는 이유로 휴가 신청을 반려했으나,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가족은 친자녀뿐 아니라 친자녀가 아닌 아이들에 대한 주요 보호자인 다양한 어른들의 조합이 될 수 있다”며 “이러한 가족 표현은 전형적이지 않을 수 있지만, 전통적인 관계만큼 현실적이다”고 말했다. 또 “이러한 가족들은 법에 따라 동등하게 보호받아야 할 뿐 아니라 사회복지제도의 혜택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 대법원은 지난 2018년에는 남성 간 성관계를 처벌하는 영국 식민지 시절 형법에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고, 2014년에는 트랜스젠더를 제3의 성으로 인정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몇 년간 법원은 젠더와 섹슈얼리티에 대한 인도 사회의 규범을 밀어내고 있다”며 “많은 인도인이 그러한 규범을 거부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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