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시각)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에서 한 여성이 투표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점령 지역 4곳에서 합병을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도네츠크/AP 연합뉴스
러시아 정부가 방사선 피폭을 막아주는 요오드화칼륨의 긴급 구매에 나서면서 핵무기 사용 우려가 커지고 있다.
27일(현지시각) 러시아 언론 <코메르산트>는 러시아 보건부 산하 의생물학청이 485만루블(약 1억1300만원)어치에 달하는 요오드화칼륨 긴급 구매 공고를 냈다고 보도했다. 요오드화칼륨은 방사능에 노출됐을 때 방사성 요오드가 몸에 쌓이는 것을 막아준다.
러시아 의생물학청이 러시아 조달청 홈페이지에 낸 공고는 조달 기간을 단 4일로 제시했다. 우크라이나 언론 <뉴 보이스 오브 우크라이나>는 “2020년 12월 말과 2021년 3월 초에도 요오드화칼륨 구매 입찰 공고가 올라왔지만 이번에는 입찰이 긴급하게 진행되는 점이 차이”라고 짚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핵무기 사용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으며 위협 수위를 높여가는 가운데 러시아 정부가 요오드화칼륨의 긴급 구매에 나서면서 핵 공격 가능성이 커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21일 부분 동원령을 내리면서 “영토적 완전성이 위협받는다면 러시아와 러시아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분명히 사용하겠다. 엄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공고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 지역에서 합병을 위한 주민투표를 강행한 가운데 올라왔다.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4개 주에서 실시된 합병 주민투표에선 87∼99.2%라는 압도적인 찬성률이 나왔다. 무장군인이 집집마다 방문해 찬반을 묻는 등 강압적으로 이뤄진 투표라는 국제사회 비판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투표 결과를 빌미로 합병 절차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코메르산트>에 따르면 러시아 유통업체 오존과 와일드베리스는 올해 4월 요오드화칼륨 판매량이 3월보다 103% 증가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핵 공격 우려가 커지면서 요오드화칼륨 수요는 프랑스, 폴란드, 체코, 불가리아 등 유럽 지역에서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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