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가 14일 총선 패배를 인정하고 사퇴를 발표하며 기자회견 하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스웨덴의 첫 여성 총리가 됐던 막달레나 안데르손이 11일 치러진 총선에서 패배를 인정하고 사퇴했다. 장기 집권을 이어왔던 좌파 사회민주당도 정권을 내려놓게 됐다.
14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안데르손 총리(55·사회민주당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근소한 차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파 정당 연합이) 과반수를 넘겼다. 저는 내일 총리직 사표를 제출할 것이고 이후는 절차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 결과가 워낙 박빙이었던 탓에 안데르손 총리의 패배 선언은 선거가 끝난 지 사흘 만에 이뤄졌다.
이날 현재까지 스웨덴 선거관리위원회의 개표상황에 따르면, 전체 349석 가운데 우파 정당 연합(온건당·스웨덴민주당·기독민주당·자유당)이 176석을 확보해 안데르손 총리가 이끄는 사회민주당 주도의 좌파 정당 연합(사회민주당·좌파당·녹색당·중도당) 173석보다 3석 앞섰다. 약간의 미집계 투표용지가 남아있지만 결과가 바뀔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고 통신은 설명했다. 최종 선거 결과는 이번 주말께 확정된다.
차기 총리가 될 울프 크리스테르손(58) 온건당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안데르손 총리가 총선에서의 패배를 인정함에 따라 나는 이제 새롭고 강한 정부를 만드는 일을 시작할 것”이라 말했다.
지난 11일 치러진 스웨덴 총선에서 우파 정당 연합은 현재 집권 중인 좌파 정당 연합을 오차 범위 내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 8년 만에 우파로의 정권 교체가 예견됐다. 선거 당일 안데르손 현 총리가 연임할 것이란 출구조사 결과가 나왔지만 이튿날 선관위의 개표 결과(90% 개표 시점)로 인해 이 예측은 하루가 못돼 뒤집혔다.
지난 9일 스웨덴 공영방송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한 (왼쪽부터) 안데르손 총리, 울프 크리스터손 온건당 대표, 지미 오케손 스웨덴민주당 대표. AFP 연합뉴스
초접전 끝에 우파의 승리로 끝난 이번 총선은 스웨덴 정치사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백인 우월주의와 반이민 정서를 등에 엎은 극우 성향 스웨덴민주당이 득표율 약 21%를 얻어 30%를 득표한 사회민주당에 이어 스웨덴의 제2정당이 됐다. 우파 정당 연합을 이끈 온건당 19%보다 높은 득표율이다. 스웨덴민주당이 정부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제1야당이 되면서 복지와 관용의 상징 국가인 스웨덴 내부에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스웨덴민주당은 이민자의 경제적 이익을 줄이고 이민자가 많은 지역에 강한 경찰권을 부여하며, 성소수자의 망명을 금지하는 법안 등을 내놓아 대약진에 성공했다. 1988년 결성 이후 최대 표를 얻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안보가 불안정해진 스칸디나비아 반도 국가 스웨덴은 오랜 중립국 지위를 내려놓고 지난 5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결정했으며, 전쟁으로 인한 물가 상승과 에너지 위기 등을 겪고 있다. 크리스테르손 대표는 “세계는 매우 불확실하며 스웨덴에서도 정치적 양극화가 너무 커졌다”면서 “저의 메시지는 분열이 아니라 단결이다. 스웨덴의 모든 시민을 위한 정부를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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