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각) 집단안보조약기구 임시회의에 영상으로 참석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 연합뉴스
러시아 극동·북극개발공사의 임원이 실종 이틀 만에 숨진 채로 발견됐다. 올해 들어 러시아에서는 대형 에너지 기업을 중심으로 고위직들이 갑작스럽게 사망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14일(현지시각) <시엔엔>(CNN)은 이반 페초린 극동·북극개발공사 항공산업 담당 이사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고 현지 언론 등을 인용해 전했다. <시엔엔>은 “페초린은 올해 1월 말 이후 극단적 선택이나 원인 불명의 사고로 사망한 아홉 번째 러시아 기업인”이라고 전했다.
페초린은 10일 블라디보스토크 남부에서 보트를 타던 중 물에 빠져 실종된지 이틀 만에 발견됐다. 극동·북극개발공사는 “(페초린의 죽음은) 친구와 동료에게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이고 회사에도 큰 손실이다. 가족과 친구들에게 진심으로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올해 러시아에선 기업인의 죽음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사망 소식이 전해진 기업인 9명 가운데 6명은 대형 에너지 회사와 관련이 있다. 6명 중 4명은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인 가스프롬이나 그 자회사와 연관이 있었고, 나머지 2명은 러시아의 최대 민간 석유회사인 루코일과 관련이 있었다. 이 가운데 루코일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직후인 올해 3월 전쟁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와 함께 전쟁이 가능한 빨리 끝나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가스프롬의 금융부문 가스프로방크의 블라디슬라프 아바예프 전 부사장은 4월 모스크바의 아파트에서 부인, 딸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고, 같은 달 러시아의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회사인 노바테크의 경영자였던 세르게이 프로토세냐도 부인, 딸과 함께 스페인의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5월에는 루코일의 거물인 알렉산드르 수보틴이 무당으로부터 대안적인 치료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뒤 심장마비로 숨졌다.
페초린 이전에 가장 최근에 사망한 기업인은 루코일의 라빌 마가노프 회장으로, 이달 1일 자신이 치료받던 병원의 창문에서 떨어져 숨졌다. 당시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은 그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보도했지만 영국 <비비시>(BBC)는 “마가노프는 최근 의문스러운 상황에서 숨진 러시아의 고위 경영자 중 하나”라고 짚었다.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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