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2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 지역의 곡물 터미널의 모습. 오데사/로이터 연합뉴스
국제통화기금(IMF)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식량난을 겪는 국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긴급 원조를 확대하는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전쟁과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인플레이션으로 식량 위기가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은 식량 가격 급등으로 위기에 빠진 국가들을 대상으로 긴급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집행위원회 구성원들이 지원 방안 마련에 아주 긍정적이었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은 긴급지원을 위해 모든 회원국이 할당량의 50% 이상의 자금을 추가로 빌릴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저소득 국가는 신속신용제도(RCF)를 이용할 수 있게 할 것으로 보인다. 신속신용제도는 저소득 국가의 긴급한 필요를 지원하기 위해 신용공여 조건을 최소화해 돈을 빠르게 빌려주는 제도다. 긴급지원을 확대하는 취지인 만큼 쉽게 대출이 가능한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은 약 50개국이 긴급 지원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이 되고, 이 가운데 20∼30개 국가는 특히 지원해야 할 필요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포함해 식량 위기가 현실화된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지원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들 나라는 식량난과 기아 등으로 국제통화기금에 지원 자금 증액을 요구해왔다.
게리 라이스 국제통화기금 대변인은 “기금은 팬데믹이 시작된 뒤 93개국에 2680억달러를 지원했고 저소득 국가 57곳에 270억달러의 차관을 제공했다”며 “회원국들은 기금이 재정적 지원을 더 빨리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이 추진하는 긴급 원조 확대 계획은 다음 달로 예정된 연례총회 전에 공식 승인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홍수 피해를 본 파키스탄 신드주에서 11일(현지시각) 주민들이 식량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신드/EPA 연합뉴스
다만 실제로 얼마나 많은 국가가 혜택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국제통화기금 대변인을 지낸 마수드 아흐메드는 “기금의 지원 확대 계획은 긍정적이지만 나라면 거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이미 국제금융기구의 지원을 받았거나 협상 중인 국가들은 지원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심각한 식량 위기를 겪는 전 세계 인구는 2019년 1억3500만명에서 올해 3억4500만명으로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세계식량계획은 “분쟁은 여전히 굶주림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식량난에 처한 인구의 60%가 전쟁과 폭력의 영향을 받은 지역에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분쟁이 어떻게 굶주림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이 8월 초 재개되면서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하면 여전히 7.9%나 높은 수준이다. 전쟁뿐 아니라 기후위기까지 겹치며 전 세계적으로 곡물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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