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동남부 지역이 폭염과 가뭄에 시달리는 가운데 21일(현지시각) 충칭 창장강 바닥이 말라붙어 있다. 충칭/EPA 연합뉴스
기후변화로 세계 곳곳에서 에너지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부족한 에너지를 메꾸려는 각국의 대처가 다시 기후변화를 부채질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쓰촨성은 최근 가뭄으로 댐이 말라붙으면서 수력 발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 통신에 따르면 이들 지역을 지나는 창장강(양쯔강) 유역의 강우량은 평년의 45% 정도 감소했다. 쓰촨성은 전체 에너지의 약 80%를 수력발전을 통해 생산하고 있어 쓰촨성은 물론이고 쓰촨성에서 생산하는 에너지를 쓰는 중국 동부연안의 제조업 지역도 전력난으로 비상이 걸렸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기후변화의 주범 중 하나로 꼽히는 석탄발전이 증가할 것이라는 점이다. 에너지금융 전문가인 노먼 웨이트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댐 수위가 낮아지면서 에너지 생산량이 감소하면 중국은 불행히도 석탄발전을 통해 부족분을 메울 수밖에 없고 이는 지구온난화를 악화시킬 것”이라며 “지금으로써는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18일(현지시각) 중국 광둥성 역시 에너지 위기 우려가 커지면서 5개의 석탄발전 프로젝트를 추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광둥성은 2024년 말부터 전력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9월 말부터 건설을 시작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지정학적 위기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아시아 개발도상국에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던 액화천연가스(LNG)의 가격이 오르면서 이들이 엘엔지 대신 ‘값싸고 더러운’ 에너지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19일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이 엘엔지 확보를 위해 가격 경쟁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의 샘 레이놀드는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인도 등이 가격 상승으로 엘엔지 구매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높아진 가격을 지불할 여력이 부족한 국가들은 석탄과 석유에 눈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가스무역·해운회사 트라이던트엘앤지의 무역·자문 책임자인 토비 콥슨은 “가난한 국가들은 친환경 연료라는 선택지가 없다”며 “부유한 유럽연합과 동북아 국가들의 엘엔지 가격 경쟁은 아시아 개도국의 석탄 의존이 길어지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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