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작가 살만 루슈디에게 흉기를 휘둘러 2급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하이 마타르(가운데)가 1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주 법원에 나와, 변호인의 발언을 듣고 있다. 메이빌/AP 연합뉴스
소설 <악마의 시>를 써서 이슬람 신도들에게 미움을 산 영국 작가 살만 루슈디(75)를 공격한 혐의를 받는 24살 청년이 13일(현지시각) 2급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13일(현지시각) 기소됐다.
미국 뉴욕주 셔토쿼 카운티의 제이슨 슈미트 지방검사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어제 공격에 책임이 있는 용의자 하디 마타르를 2급 살인미수와 2급 폭행 혐의로 정식 기소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슈미트 검사장은 이날 법원에서 열린 기소 인정 여부 절차에서 “이번 사건은 루슈디를 겨냥해 사전에 계획됐으며 이유 없는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마타르의 변호인은 무죄를 주장했으며, 마타르는 법정에서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법원은 마타르에 대해 보석 없는 구금을 명령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그는 19일 다시 법정에 나올 예정이다.
검찰은 뉴저지에 거주하는 마타르가 버스를 타고 뉴욕주 서부 셔토쿼에 왔으며 루슈디의 강연 입장권을 미리 산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는 강연을 위해 무대에 오른 루슈디에게 달려들어 목과 복부 등을 흉기로 찔러 중상을 입힌 뒤 현장에서 체포됐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로 이주한 레바논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마타르는 최근 뉴저지주로 이사했으며, 위조된 운전 면허증을 소지하고 있었다고 <엔비시>(NBC) 방송이 보도했다. 마타르의 부모가 살던 레바논 남부 야룬시의 알리 테흐페 시장은 <로이터>에 그의 부모가 미국으로 이주한 야룬 출신임을 확인해줬다. 그의 부모가 이란의 후원을 받는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관련이 있거나 지지자였는지는 전혀 모른다고 덧붙였다. 헤즈볼라 쪽도 이 사건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다고 밝혔다.
뉴욕주 경찰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마타르의 범행 동기를 밝혀내지 못했다며 연방수사국(FBI)과 함께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사 기관이 마타르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분석한 결과, 그가 시아파 극우세력과 이란 혁명수비대에 심정적으로 동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엔비시> 방송이 전했다. 하지만 수사 당국이 결정적인 연결 고리를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방송은 덧붙였다.
1988년 출간된 <악마의 시>가 이슬람 신성모독 논란을 일으키자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는 이듬해 2월 루슈디에 대해 이슬람 율법에 따른 사형 선고(파트와)를 발표했다. 이후 이란과 연계된 일부 이슬람 단체들이 루슈디에게 현상금을 걸고 살해를 시도했으며, 1998년 이후 이란 정부는 이 문제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란 정부는 다만 그에 대한 사형 선고는 철회하지 않았다.
한편, 루슈디는 피습 직후 인근 펜실베이니아주의 한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으며,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다가 이날부터는 호흡기를 떼고 말도 할 수 있는 상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에이피>가 전했다. 루슈디의 동료 작자인 아티시 타세르는 트위터를 통해 루슈디가 “인공호흡기를 때고 말(과 농담)을 한다”고 밝혔고, 루슈디의 대변인도 이 사실을 확인해줬다고 통신은 전했다. 그의 대변인은 전날 루슈디가 한쪽 눈을 잃을 위험에 처했으며, 팔 신경이 절단되고 간도 손상됐다고 밝혔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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