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에서 15일 한 건설 노동자가 일을 하고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에서 경기 침체와 코로나19 사태 등의 여파로 아파트 건축이 중단되면서, 이를 분양받은 주민들이 은행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은행에 건설사에 대한 대출 확대를 촉구하는 등 부동산 시장이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바싹 경계하고 있다.
18일 중국 소셜미디어인 ‘더우인’ 등을 보면, 건축이 중단된 아파트단지에서 홀로 생활하는 이들의 영상을 적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인들은 이런 집을 ‘마무리가 좋지 않은 건물’이라는 뜻의 ‘란웨이러우’(爛尾樓)라고 부른다. 전기와 수도 등이 들어오지 않고 미장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시멘트 집에서 침대, 이불, 가스버너, 생수 등 최소한의 생필품만 갖추며 생활하는 것이다. 전재산을 쏟아부어 아파트를 분양받고 분양금도 냈는데, 건설사가 자금난에 빠지며 공사 중단이 장기화되면서 어쩔 수 없이 이곳에 들어와 생활하는 이들이다.
중국에서 아파트 공사 중단으로 피해를 보는 서민들의 사례는 예전에도 있었지만, 최근엔 이런 문제가 누적되고 피해자들이 공동 대응에까지 나서며 문제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장시성의 한 아파트 건설 단지 피해자들은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주택담보대출 상환을 집단 거부하자, 중국 전역에서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이들이 동조하며 대출 상환 거부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공식 통계는 없지만, 분양받은 이들이 대출금 상환을 거부하는 건설 현장은 장시성, 허난성, 후난성, 후베이성, 광시성, 산시성 등 중국 전역에서 200~300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티은행은 최근 란웨이러우 사태로 중국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1.4%에 해당하는 5610억위안(약 109조3천억원) 규모의 부실 채권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부실 채권이 1조위안(약 194조 8700억원) 이상일 수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다만 공상은행 등 10여곳의 중국 국유은행들은 14일 성명을 내어 “부실 담보대출은 통제 가능한 범위에 있다”며 진화에 나섰다.
대출금 상환 거부까지 가진 않았지만, 건축이 중단된 아파트는 훨씬 많다. 중국 경제 매체 <제일재경>은 중국에서 건축이 중단된 아파트 등의 건물 면적은 총 500㎢로, 전체 아파트 건축 면적 9700㎢의 5%에 이른다고 전했다. 이는 광주광역시 면적과 비슷하다.
중국 당국은 은행에 대응을 주문했다.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는 17일 시중 은행들에 부동산 프로젝트에 대한 대출을 확대하고, 건설사에 대한 자금 조달을 원활하게 하라고 촉구했다. 아파트 공사 중단 문제를 해결해 주택담보대출 상환 거부 사태를 막고, 은행들이 파산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코로나19 봉쇄 등의 영향으로 중국의 올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4%에 그쳤다. 시장 예상치 1%를 크게 밑도는 것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2020년 1분기 -6.8% 성장 이래 최저치다. 1~2분기를 합한 올 상반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2.5%로 집계됐다. 중국 당국이 제시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 5.5%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