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아프가니스탄 남동부 산악 지역에서 22일 새벽 강력한 지진이 발생해 최소한 1천명이 숨지고 1500명이 다쳤다.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아프간 남동부의 파키스탄 국경 근처 팍티카주에서 이날 새벽 1시24분께 강진이 발생해 이날 낮까지 적어도 1천명이 숨지고 1500명 이상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고 아프간 국영 <바흐타르> 통신이 보도했다. 아프간 내무부 관계자는 오전까지 팍티카주에서만 적어도 255명이 사망하고 200명이 다친 것으로 확인되는 등 이 지역에서 가장 큰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인근 호스트주에서도 적어도 25명이 숨지고 60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덧붙였다. 내무부는 부상자를 병원으로 옮기기 위해 헬리콥터들을 긴급 투입했다고 밝혔으나, 이 지역이 외진 산악 지역이어서 구조와 환자 이송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지 언론들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많은 가옥이 내려앉아 돌무더기로 변했고 숨진 이들이 담요에 덮인 채 땅에 놓여 있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유럽지중해지진센터(EMSC)와 미국 지질조사국은 이번 지진의 규모를 5.9로 분석했다. 진앙은 인구 10만명 규모의 도시인 호스트에서 남서쪽으로 46㎞ 떨어진 곳이며 진원의 깊이는 10㎞였다고 미 지질조사국이 밝혔다. 이날의 지진은 아프간 수도 카불은 물론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 등 수백㎞ 떨어진 곳에서도 감지될 정도로 위력이 컸다. 이번 지진은 아프간에서 2002년 3월 11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후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지진이다.

유엔 인도주의 업무조정국은 아프간 정부가 지원을 요청해 구조팀을 현지로 보냈다고 밝혔다. 아프간 외무부 대변인은 국제 지원을 환영한다고 말했고, 파키스탄 정부는 지원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프간은 지난해 8월 탈레반이 전국을 장악한 이후 미국 등의 제재에 따라 국제적인 지원이 대부분 끊긴 상태다.

아프간에서는 지난 1월17일에도 서부에서 규모 5.3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27명 이상이 숨졌다. 아프간의 주택들은 흙벽돌 등으로 허약하게 지어진 것이 많아 홍수나 지진에 취약하다. 이번 지진은 진원의 깊이가 워낙 얕아 지진 규모에 비해 피해가 더욱 컸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