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루한스크주 세베로도네츠크가 러시아군에게 봉쇄된 가운데 인근 도시 리시찬스크에서 14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군인이 대포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 리시찬스크/AF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이 15일(현지시각) 동부 루한스크주 세베로도네츠크에서 러시아군의 항복 요구를 거부한 채 도시 사수를 위한 전투를 이어갔다. 유엔은 이 도시 내 주민에 대한 식수가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면서 위생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올렉산드르 스트류크 세베로도네츠크 군정 책임자는 러시아군이 도시 내 여러 곳에서 동시에 공격을 가하고 있지만 자국군이 공격을 막아내고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그는 이날 현지 방송에 나와 인근 도시 리시찬스크와 연결되는 다리가 모두 끊겼지만 시내의 우크라이나군이 완전히 고립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상황이 어렵지만 안정된 상태이며 주민들의 탈출 경로도 완전히 막히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군은 전날 시내 아조트 화학공장 안에 있는 우크라이나 군인들에게 무기를 버리고 항복할 것을 요구했지만, 우크라이나군은 이를 무시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성명에서 화학공장 안의 민간인 탈출을 위한 통로를 열었지만 우크라이나 쪽이 응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키이우 당국의 (불응) 결정을 빼고는 민간인 탈출에 어떤 걸림돌도 없다”고 밝혔다.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인 ‘루간스크인민공화국’의 러시아 주재 대표인 로디온 미로시니크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아조트 화학공장에서 병사들이 탈출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 공장 안에 어린이 40명을 포함해 500여명의 민간인이 갇혀 있다고 밝혔으나, 루간스크인민공화국쪽은 공장 안에 최대 1200명의 민간인이 머물고 있다고 주장했다.
세베로도네츠크에서 시가전이 계속되면서 시내에 머물고 있는 주민 1만2천여명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사비아노 아부레우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 대변인은 이날 영국 <비비시>(BBC) 방송에 “물 부족과 위생 문제가 가장 우려되는 사항”이라며 “주민들이 식수가 없이는 오래 버틸 수 없기 때문에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세레로도네츠크 주민들에 대한 식량과 의약품 공급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세베로도네츠크 주변 지역에 대해서도 포위 공격을 이어갔다.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러시아군이 루한스크 북부 지역에 공세를 집중하면서 9개 방향에서 동시에 공격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항공기, 로켓추진식 수류탄, 대포 등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군이 루한스크 전투에서 고전을 면하지 못하는 가운데 미국과 독일이 추가 무기 지원 계획을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해안 방어용 미사일, 포탄 등 모두 10억 달러(약 1조2800억원) 규모의 무기 추가 지원 계획을 전했다. 크리스틴 람브레흐트 독일 국방장관도 마스2 다연장 로켓 발사 시스템 3기를 몇주 안에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시스템은 최대 80㎞까지 로켓을 발사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와 유럽연합(EU)이 러시아의 해상 봉쇄로 차단된 곡물 수출을 재개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지만 수출 차질이 상당 기간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콜라 솔스키 우크라이나 농림장관은 14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3번의 수확기 동안 우크라이나의 곡물이 국제 시장에 제대로 공급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지난해 심은 곡물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고 있고, 올해도 수확을 제대로 할 수 없는 데다가 내년 파종도 잘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헨리크 코발치크 폴란드 농림장관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돕기 위해 두나라 국경 근처에 곡물 저장시설을 짓는 데 최소 3~4개월은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폴란드에 곡물 저장시설을 건설하는 방안을 제안한 데 대해 “흥미로운 생각이지만, 저장소 위치·기반시설·자금 문제 등 해결해야 할 세부 사항들이 상당히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저장시설 투자 방법을 확정하는 데만도 3~4개월은 걸린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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