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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신뢰의 중국 ‘따바이’가 무뢰한이 된 까닭

등록 2022-05-10 13:49수정 2022-05-10 22:10

‘커다란 흰색’으로 불리는 방역요원들
존중·기대 담겼지만, 갈등 점점 심해져
8일 중국 상하이에서 하얀 방호복을 입은 방역 요원들이 접이식 의자를 들고 이동하고 있다. 상하이/AP 연합뉴스
8일 중국 상하이에서 하얀 방호복을 입은 방역 요원들이 접이식 의자를 들고 이동하고 있다. 상하이/AP 연합뉴스
중국의 코로나19 봉쇄가 길어지면서 방호복을 입은 일선 방역요원과 주민과의 갈등이 점점 격해지고 있다. 봉쇄가 40일 넘게 이어지는 상하이에서는 최근 주민과 방역 요원 간에 폭력 사태가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중국 매체들은 방역요원을 ‘커다란 흰색’이라는 뜻이 담긴 ‘따바이’(대백·大白)라고 부르며 이들이 수고하고 있다고 옹호에 나섰다.

지난 7일 저녁 상하이 민항구에서는 물자를 전달하러 온 방역 요원과 주민들 사이에 충돌이 일어났다. 트위터 등에 돌고 있는 당시 상황을 담은 동영상을 보면, 주민들이 건물 입구에 모여있는 방역요원을 밀어붙이면서 건물 밖으로 나왔고 일부 주민은 방역요원을 때리거나 넘어뜨렸다. 건물 위층에서 물건을 던지는 주민도 있었다. 수십 여 명의 주민이 건물 밖으로 쏟아져 나왔고, 숫적으로 열세인 방역요원들은 이를 지켜봤다. 한 방역요원은 주민들의 모습을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이튿날인 8일 오후 민항구 당국은 공식 웨이보 계정을 통해 “주민들과 ‘따바이’ 간에 충돌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사태의 원인을 주민들의 부적절한 태도 탓으로 돌렸다. 당국은 “주민들이 물자를 받아내기 위해 방역요원에게 욕설을 퍼붓고 도발했다”며 경찰이 일부 주민을 소환해 수사중이라고 밝혔다. 민항구 당국은 “현장 조사 결과, 소란을 일으킨 주민들 집에는 물자가 충분했다”고 덧붙였다.

수만 명의 방역요원이 활동하는 상하이에서는 3월 말부터 시작된 봉쇄가 길어지면서 시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런 불만은 날마다 일선 현장에서 부닥치는 방역요원, 즉 따바이와의 갈등으로 표출되고 있다. 주민들에게 권위적이고 일방적으로 대하는 일부 방역요원들의 행태가 소셜미디어 등을 타고 전해지면서 이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코로나 사태 초반부터 하얀 부직포로 만들어진 일회용 전신 방호복을 입은 방역 요원을 따바이라고 불러왔다. 지난 2014년 개봉한 디즈니 만화영화 ‘빅 히어로’의 주인공 베이맥스의 중문 이름이 따바이였다. 머리까지 온 몸을 흰 부직포로 덮고 고글에 마스크까지 낀 상태이기 때문에 덩치 큰 사람이 입을 경우 위압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들은 옷을 입으면 누구인지 구분할 수 없어 등판이나 가슴판에 매직으로 이름이나 소속을 써놓는다. 이들은 주로 대규모 핵산 검사나, 거리나 건물을 소독하는 일, 물자를 전달하고, 격리 지역 주민들에게 생필품을 제공하는 등의 활동을 한다.

‘화이팅’ 팻말을 들고 있는 중국 방역 요원 캐리커쳐. 바이두 갈무리
‘화이팅’ 팻말을 들고 있는 중국 방역 요원 캐리커쳐. 바이두 갈무리
애초부터 이들에 대한 이미지가 나빴던 것은 아니다. 중국에서 ‘따’(大)라는 접두사는 한국의 ‘큰’ 형님처럼 신뢰와 믿음이라는 뜻이 있다. 방역요원을 따바이라고 부르는 것에는 이런 존중과 신뢰의 뜻이 담겨 있고, 이들의 활동에 대해 많은 중국 주민들이 여전히 잘 따르는 편이다.

방역요원 중에는 전문 의료진이나 소방관·공안 등 공무원도 있지만, 주민위원회 소속 인사나 자원봉사자 등 일반인도 적지 않다. 워낙 숫자가 많고, 전문적인 훈련을 받지 않은 이들이 많아 일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상부의 명령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활동하는 경우도 잦다. 지난달 공개된 상하이의 봉쇄 상황을 담은 영상 ‘4월의 목소리’에는 이런 사례가 많이 등장한다. 한 방역요원은 주민들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며 집 밖에서 대문을 폐쇄했고, ‘건물을 소독하라’는 임무를 받았다며 음식 배송을 거부한 방역요원도 있었다. 한 방역요원은 주인이 남기고 간 반려견을 길에서 때려죽이기도 했다.

최근 따바이와 주민 간의 갈등이 잦아지자, 중국 매체들은 따바이에 대한 옹호에 나섰다. 지난 6일 중국 영문 매체 <중국시보>는 ‘따바이 천사들이 바이러스와의 싸움을 돕는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따바이라는 단어가 생겨난 것 자체가 사람들이 이들에게 감사와 사랑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라며 “사람들은 따바이가 받는 스트레스를 이해해야 한다”고 전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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