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럽연합(EU),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가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지식재산권 적용을 일시 면제하기 위한 합의한 초안을 마련했지만, 국제 의료구호단체 ‘국경없는의사회’가 “많은 나라가 활용 가능한 실질적인 안이 아니다”라며 반대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4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세계적 거대 제약사들이 보유한 코로나19 백신 지식재산권 적용을 일시 중지하는 내용의 협의안 초안에 미국과 유럽연합, 남아공, 인도 4자가 합의했다. 이번 안은 세계무역기구(WTO) 164개국 모두가 수용해야 통과 가능하며 이 안을 주제로 곧 제네바에서 비공개 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오는 6월 열리는 세계무역기구 각료회의에서 채택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응고지 오콘조 이웨알라 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은 18개월 간 논의가 진척되지 못했지만 중재를 해 이번에 타협에 이르게 했다고 밝혔다. 이웨알라 사무총장은 <로이터>에 “164개 회원국이 6월 회의까지 이 안에 동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협의안이 중국을 포함한 여러 회원국들의 폭넓은 지지를 얻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중국은 이번 협의안에 선진국으로 간주되어 더 엄격한 규정을 적용받는 대상이 됐다. 이웨알라는 “이번 안이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고 다음 유행병을 방지하는 데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재권 포기 기간을 3년으로 할지 5년으로 할지 등 구체적인 기간은 아직 정하지 못했다.
각국 정부가 세계무역기구 초안을 거부해야 한다는 성명을 낸 국경없는의사회. 누리집 영상 화면 갈무리
164개국 최종 합의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남아있다. 과거 회의에서 영국과 스위스는 의약품 연구가 억제될 수 있다며, 백신 지재권 면제를 반대했다. 이번 4개국 협의에도 투명성이 부족하다고 항의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초안 내용이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각국 정부가 초안 채택을 거부하라고 촉구하는 성명서를 3일 냈다. 성명서는 초안에 대해 “치료나 진단을 제외하고 백신만 다루고 있으며, 영업 비밀과 같은 특허 외의 지식 재산 장벽을 다루지 못하고 있다. 어떤 나라들이 이를 활용할 수 있을지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이번 안이 코로나19 의료 도구에 대한 지식재산권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 단체는 이번 안은 100여개국 이상이 요구했던 효과적 지재권 포기서가 아니라며 “만약 초안이 철저하고 실질적 개정 없이 합의된다면, 세계 보건 문제에 해로운 선례를 남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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