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이 27일 런던 금융가의 맨션하우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서방의 대책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대러 강경론을 주도해 온 영국이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러시아군이 완전히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의 목적을 ‘러시아의 약화’라고 밝힌 데 이어 영국도 대러 초강경론을 쏟아낸 것이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교장관은 27일 런던 시장의 부활절 만찬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우리는 계속해 러시아를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더 멀리 그리고 더 빨리 밀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이 발언에 대해 “러시아가 지난 2월24일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난 몇주가 점령한 지역에서 떠나야 한다는 것 뿐 아니라 8년 전(2014년 3월)에 합병한 남부의 크림 반도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도 떠나야 한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러시아가 도무지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로, 영국이 우크라이나의 항전과 그에 대한 지원을 독려하자는 구호 차원이 아니라 현실 외교에서 이 목표를 추구한다면, 전쟁의 장기화는 물론 최악의 경우 ‘핵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앞선 25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폴란드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의 목적은 러시아의 침공을 좌절시키는 것을 넘어, 이 같은 침략 전쟁을 벌이지 못하도록 이 나라를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비비시>는 이런 발언들은 이번 전쟁에서 강경론을 주장하는 미국과 영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끝낼지에 관심을 돌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러스 장관은 또 서방은 향후 러시아의 침략을 막기 위해서 방위비 지출을 늘이고, 서구 시장에서 이 나라를 배제하기 위한 경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트러스 장관은 또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몰도바와 조지아 등 러시아로부터 위협받는 다른 옛 소련 공화국 국가들의 방위 능력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가 성공한다면, “유럽 전역에 말할 수 없는 불행이 있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를 위한 승리는 서방에게는 “전략적 당위”라고 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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