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테니스 세계 랭킹 2위인 러시아의 다닐 메드베데프가 지난해 7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윔블던 대회에서 경기하고 있다. 윔블던은 20일(현지시각) 올해 6월 개막하는 대회에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의 출전 금지를 결정했다. AP 연합뉴스
오는 6월 개막하는 영국 윔블던 테니스 대회에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이 출전할 수 없게 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대응으로, 세계 랭킹 2위인 러시아의 다닐 메드베데프 등이 못 뛰게 됐다.
윔블던 대회를 개최하는 ‘올 잉글랜드 론 테니스 클럽’(AELTC)은 20일 성명을 내어 “그토록 부당하고 전례없는 군사 공격 환경 속에서, 러시아나 벨라루스 선수들이 윔블던 대회에 참여해 러시아 정권이 어떠한 이익이라도 얻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깊이 유감이지만, 2022년 윔블던 대회에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의 출전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벨라루스는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침공의 통로 역할을 하며 지원하고 있다.
클럽은 “영향을 받는 개인에게는 힘든 일임을 알고 있고, 러시아 지도자들의 행동으로 그들이 고통받는 것이 안타깝다”면서도 “최대한 강력한 수단을 통해 러시아의 영향력을 제한하려는 정부, 산업, 스포츠 분야의 광범위한 노력에서 맡은 역할을 하는 게 우리의 책무”라고 설명했다.
이 결정에 따라 올해 6월27일부터 7월10일까지 열리는 윔블던 대회에서 메드베데프와 벨라루스의 아리나 사발렌카(4위) 등 남녀 스타 선수들을 볼 수 없게 됐다.
러시아는 반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궁 대변인은 이날 결정이 나기 직전에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선수들을 우리나라에 대한 정치적 편견, 음모, 적대 행위의 희생양으로 삼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계 톱 랭킹인 러시아 선수들을 배제하면 윔블던 대회만 더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남자프로테니스(ATP)와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도 반발했다. 남자프로테니스는 성명을 내어 “국적에 기반한 차별은 남자프로테니스 랭킹에만 근거해 선수 출전을 결정하도록 한 우리와 윔블던의 합의를 위반하는 것”이라며 “윔블던의 일방적 결정은 불공정하고 해로운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남자프로테니스와 여자프로테니스 투어는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도 자국 명칭이나 깃발을 사용하지 않는 조건으로 각종 대회 출전을 허용하고 있다.
황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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