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렸던 주요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한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의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20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때 서방 국가 장관들이 러시아 쪽 인사들이 발언하는 동안 퇴장 시위를 벌이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를 둘러싼 국제 사회의 알력으로 인해 G20의 장래에도 짙은 구름이 드리워졌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프랑스 재무부 관리는 주요7개국(G7)의 일부 장관들은 이번 회의에서 러시아 인사가 발언을 하는 시간에 회의장에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19일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미국 재무부 관리는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러시아 당국자가 참석하는 세션에는 불참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회의에는 러시아 참여 여부와 관계없이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올해 주요 20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는 4차례 열릴 예정이며 이번은 2차 회의다.
미국이 회의 불참 가능성까지 내비치며 주장했던 러시아의 주요 20개국 퇴출은 실현되지 못했다. 옐런 장관은 지난 6일 하원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러시아 퇴출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올해 의장국인) 인도네시아 동료들에게 우리(미국)는 러시아가 참석한다면 몇몇 회의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정부는 14일 러시아도 회의에 초청한다고 발표했고, 19일 러시아 재무부도 안톤 실루아노프 재무부 장관이 회의에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루아노프 장관은 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한다고 러시아 <타스> 통신이 전했다. 그러자 미국도 19일 옐런 장관이 회의에 참석한다고 태도를 바꿨다.
1999년 재무장관 회의로 시작한 주요20개국 회의는 2008년 세계금융위기를 계기로 정상회의까지 열리며 위상이 올라갔다. 올해 정상회의는 오는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릴 예정이다. 하지만, 회원 국내총생산(GDP)을 합치면 전 세계의 80% 이상이라는 주요20개국 회의는 거대한 덩치 때문에 회원 간 의견 일치를 보기 쉽지 않은 구조다. 이 점은 최근 더 두드러져, 존재감 저하를 지적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태도도 회원국 차이가 크다. 지난 7일 유엔 인권이사회 러시아 이사국 지위 자격 정지 결정 투표 때도 주요20개국 중 개별 국가가 아닌 유럽연합과 당사국인 러시아를 제외한 18개국 중 브라질·인도·인도네시아 등 6개국은 기권을 했고 중국은 반대표를 던졌다. <로이터>는 프랑스와 독일 당국자가 코로나19 세계적 감염 확산 대응 및 국제 경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인 이번 회의 뒤 공동성명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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