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포위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남부의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주택가에 19일(현지시각) 에 탄 버스가 보인다. 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이 힘겨운 항전을 하고 있는 마리우폴에서 러시아가 인도주의적 대피통로를 개설했다며 우크라이나에 항복을 요구했다. 하지만 현지의 우크라이나 주민들은 이를 거부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19일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벌어진 재앙적 상황과 순수한 인도적 원칙에 따라 19일 오후 2시(모스크바 시각·한국 19일 밤 10시)부터 러시아군은 인도주의적 통로를 열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 통로는 자발적으로 무기를 내려놓은 우크라이나 군인들과 민족주의 조직 전투원들의 탈출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이를 위해 ‘휴전 모드’가 시작됐고 적대행위가 멈췄다”며 우크라이나군에 항복을 요구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부대들이 그러한 명령(항복)을 (수도) 키이우 당국으로부터 받을 수 없을 것이기에, 우리는 그들이 스스로 결정해서 무기를 내려놓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는 “아조우스탈 제철소 주변에 서쪽, 동쪽, 북쪽 세 방향으로 각각 30대씩의 버스와 10대씩의 구급차로 구성된 호송 대열을 준비했다”며, 무기를 내려놓는 이들의 생명을 보장하고 제네바협약에 따른 포로대우를 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이같은 주장은 마리우폴에 남아있는 민간인들의 탈출 뿐 아니라, 저항 중인 우크라이나군의 자발적 항복을 유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마리우폴 주민들은 러시아군의 항복 요구를 거부했다. 미하일로 베르시닌 마리우폴 경찰국장은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남아있는 이들은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이 아니라 우크라이나로 가길 원한다”며 “민간인의 안전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미국 <시엔엔>(CNN) 방송이 전했다. 러시아가 개설한 대피통로는 러시아 또는 친러시아 지역으로 연결돼 있어,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떠나기를 원하는 민간인들은 이미 떠났고, 지금 남아있는 이들은 러시아 땅으로는 가지 않을 것”이라며 “그래서 우리는 우크라이나 쪽으로 가는 인도주의적 통로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베르시닌 국장은 “러시아는 탈출구, 통로 얘기를 1000번은 했다. 아무도 그들에게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항구도시인 마리우폴은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로부터 강제 합병한 크림반도와,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통제하는 동부 돈바스 지역을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러시아는 최근 이곳에 대한 공세를 강화했으며, 포위된 우크라이나군은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최후의 거점 삼아 항전하고 있다. 이곳에는 여성과 어린이 등 민간인 1000여명도 대피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군 데니스 프로코펜코 아조우 연대 사령관은 트위터에, 러시아 쪽이 지하 시설물 타격 용도인 벙커 버스터 등 온갖 폭탄을 동원해 민간인까지 겨누고 있다고 주장했다.
황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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