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국제일반

우크라, 마리우폴 최후통첩 거부...”끝까지 싸울 것” 항전선언

등록 2022-04-18 08:14수정 2022-04-19 02:30

러 “투항” 세번째 통첩 시한 지나
우크라 총리 “아직 함락되지 않았다”
지난달 ‘협상 타결’ 기회 있었으나
부차 학살, 순항함 모스크바 격침 등

‘악재 악순환 파국 상황 내몰려
푸틴 “목표는 돈바스” 피말리는 장기전으로
러시아의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마리우폴에서 17일(현지시각) 한 남성이 파괴된 건물 앞을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의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마리우폴에서 17일(현지시각) 한 남성이 파괴된 건물 앞을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전쟁의 조기 종결을 위해 아슬아슬하게 진행돼오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협상이 ‘부차 학살’의 충격, 순양함 모스크바 격침, 요충지 마리우폴의 운명을 둘러싼 이견 등으로 사실상 파탄에 이르렀다. 전쟁의 중요 고비에서 잇따라 발생한 ‘악재’로 말미암아 평화협상이 결렬되면서 두 나라는 동남부 지역의 영유권을 둘러싼 양보 없는 장기 소모전에 내몰리게 됐다.

데니스 시미할 우크라이나 총리는 17일(현지시각) 미국 <에이비시>(ABC) 방송 인터뷰에서, ‘17일 오전 6시까지 마리우폴에서 항복하라’는 러시아의 요구를 무시했다며 “마리우폴은 함락되지 않았다. 그곳에 여전히 우리 군대와 군인이 있고, 그들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관영 <리아 노보스티> 통신 또한 이날 우크라이나가 최후통첩을 거부하고 계속 저항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러시아군과 친러 세력인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군대가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과 일리치 등 2곳의 제철소에서 우크라이나 무장조직과 전투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러시아 총참모부(합참) 산하 지휘센터인 국가국방관리센터 지휘관 미하일 미진체프는 “모스크바 시간으로 17일 오전 6시부터 오후 1시까지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부대와 외국 용병에 적대행위를 그만두고 무기를 내려놓을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0일과 이달 4일에 이은 세번째 통첩이었다.

지난 3월29일 터키의 중재로 이스탄불에서 5차 평화협상이 끝난 직후만 해도 두 나라가 정전을 향한 ‘극적인 타협’을 도출할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았었다. 러시아는 회담 직후 “협상이 건설적으로 진행됐다”며 “키이우 일대에서 군사활동을 대폭 줄일 것”이라고 말했고, 실제 러시아군은 31일부터 철군을 시작했다. 하지만 러시아군이 물러간 부차 등 키이우 주변 도시에서 대규모 민간인 학살이 벌어졌다는 증거가 쏟아지면서 우크라이나 여론이 차갑게 식기 시작했다. 뒤이어 러시아가 자랑하던 흑해 함대의 기함인 ‘모스크바’(배수량 1만1500t)가 우크라이나의 대함 미사일 공격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화재로 인해 14일 침몰했다. 러시아군은 그에 대한 보복으로 15일 한동안 중단했던 키이우에 대한 직접 공격에 나섰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텔레그램을 통해 “키이우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려는 시민들은 귀향을 자제하고 더 안전한 곳에 머물길 바란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항복을 거부한 우크라이나군이 마리우폴에서 ‘비극적 결말’을 맞게 된다면 두 나라는 폭력이 더 큰 증오와 폭력을 부르는 ‘최악의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17일 미국 <시비에스>(CBS) 방송에 출연해 러시아와 현재 “고위급 회담이 진행되고 있지 않다”며 “부차(부차 학살) 이후 러시아와 대화를 이어나가기 어려워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말했듯 마리우폴의 운명이 레드라인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겉으로 드러난 평화협상의 파탄 원인은 부차 학살과 마리우폴의 운명으로 보이지만, 결국 갈등의 본질은 돈바스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의 영유권 싸움이라는 지적도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군의 작전 목표는 러시아와 불가결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돈바스에 사는 사람들을 돕는 것”이라며 이 지역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러시아군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북동부 하르키우 인근부터 동부 돈바스 상당수 지역, 남부 흑해 연안 대부분 지역을 연결하는 초승달 모양으로 점령지를 넓힌 채 아직 완전히 장악하지 못한 마리우폴, 루한스크 서쪽 지역, 남부 미콜라이우 점령을 위해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 역시 17일 미국 <시엔엔>(CNN)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전쟁을 끝내기 위해 동쪽 지역(돈바스) 영토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전체 전쟁의 추이에 영향을 주는 이 지역 싸움에서 러시아와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황준범 기자, 신기섭 선임기자 jayb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