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교전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7일(현지시각) 친러시아 반군인 ‘도네츠크인민공화국’ 소속 군인들이 이 지역 주요 도시 마리우폴에서 순찰을 돌고 있다. 마리우폴/타스 연합뉴스
러시아군의 집중적인 공격을 당하고 있는 동부 루한스크주의 모든 의료 시설이 파괴되고 철도 시설까지 공격을 당하는 등 피해가 커지고 있다. 수도 키이우 주변에서는 민간인 피해 등 참상이 계속 확인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러시아군 포로를 사살하는 동영상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루한스크주 지방 정부는 7일(현지시각) 러시아의 침공 이후 지역 내 병원들이 러시아의 공격으로 모두 파괴됐다고 밝혔다고 미국 <시엔엔>(CNN) 방송이 전했다. 세르히 하이다이 주지사는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러시아의 전면적인 공격 이후 주 내 모든 병원이 폭격을 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파괴된 루비즈네 지역 병원 사진을 공개하며 이 병원은 첨단 장비를 갖춘 곳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날도 동부 지역에서 치열한 전투가 이어진 가운데 루한스크주와 북부 하르키우주를 연결하는 철도의 주요 지점이 러시아의 공격을 당했다. 군 당국은 두 지역을 연결하는 철로가 하르키우주 바르빈코베에서 러시아군의 공격을 당했다고 밝혔다. 이 철도 노선은 도네츠크주 북부 지역을 거쳐 하르키우주로 빠져나갈 수 있는 주요 통로다. 이번 공격으로 루한스크주 피란민들을 태운 열차들의 운행이 일시 중단됐다.
동부 돈바스 지역은 친러시아 분리 독립 세력과의 내전이 오래도록 이어진 곳이며, 러시아는 이 지역의 완전 장악을 위해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러시아군이 이 지역에 더 많은 군인을 배치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군은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이 철수한 수도 키이우 주변 지역의 참상도 계속 드러나고 있다. 우크라이나 검찰은 민간인 집단 학살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부차의 인근 도시인 보로댠카의 아파트 두 곳에서 시신 26구를 수습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아파트에는 군사 시설이라곤 없다”며 이는 러시아의 전쟁 범죄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북부 국경 지역 체르니히우주에서도 민간인 피해의 참상이 드러나고 있다고 <비비시>가 전했다. 야히드네 지역 주민들은 러시아군이 지역을 점령한 한달 동안 지하에서 대피하던 많은 노인들이 숨졌다고 전했다. 지역 주민 미콜라 클림추크는 함께 대피했던 이들 가운데 지금까지 12명이 숨졌다며 시신을 곧바로 처리하지 못해 며칠 동안 지하실에서 함께 지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수도 키이우 인근 지역의 거리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 포로를 사살하는 동영상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된 이 영상은 러시아군 소속임을 표시하는 흰색 완장을 찬 남성이 3차례 총격을 당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한 우크라이나 군인은 그에게 총을 한 발 쏜 뒤에 “아직 살아있다. 쌕쌕거리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 포로는 총을 세 발 맞은 뒤까지도 계속 몸을 움직였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 영상은 손이 뒤로 묶인 채 숨진 군인 등 두 명의 다른 러시아 군인 시신 모습도 담고 있다. <로이터>는 이 영상 파일에 포함된 위치 정보를 분석한 결과, 민간인 학살 의혹이 제기된 부차에서 멀지 않은 드미트리우카에서 찍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진상을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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