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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부차 학살…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가는 ‘변곡점’ 되나

등록 2022-04-07 17:42수정 2022-04-08 02:33

러, 민간인 학살로 평화교섭 중단
미 ‘가미카제 드론’ 100대 제공 등
서방, 우크라 무기 지원 대폭 강화
돈바스 등 동·남부 전황이 ‘분수령’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북서부에 있는 도시 부차의 묘지에서 경찰관들이 학살당한 민간인들의 시신을 놓고 신원을 확인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부차/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북서부에 있는 도시 부차의 묘지에서 경찰관들이 학살당한 민간인들의 시신을 놓고 신원을 확인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부차/AP 연합뉴스

40여일째에 접어든 우크라이나 전쟁이 예상 못한 돌발 변수인 ‘부차 학살’로 인해 새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 대량 학살의 충격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평화협상은 사실상 중단됐고, 서구는 새로운 경제제재와 무기지원 계획을 쏟아내는 중이다. 러시아는 자신들의 전략적 목표에 따라 전선의 축을 동·남부 지역으로 옮기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의 수렁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미국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6일 지난달 말 시작된 “키이우와 (동북부 주요 도시) 체르니히우의 러시아 병력의 철수 작업이 끝났다. 러시아군은 현재 벨라루스와 러시아로 집결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도 이날 “키이우와 체르니히우 주변에서 러시아 병력이 보이지 않는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애초 계획했던 “전략적 목표를 하나도 달성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지난달 29일 터키에서 진행된 5차 평화협상에서 ‘키이우 주변의 군사활동을 대폭 줄인다’고 밝힌 뒤 이를 실행했다. 우크라이나가 이후 러시아 점령지를 수복하는 과정에서 부차 학살이란 돌발 변수가 터졌다. 분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평화협상을 하느냐”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푸틴 대통령을 ‘전범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말하며 미-러 간 타협의 여지를 크게 축소했다.

6일 독일 수도 베를린 의회 앞에서 시민들이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 즉각적 수입 중단을 요구하며 죽은 것처럼 드러눕는 시위를 하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의회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을 강화하고 독일의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베를린/AFP 연합뉴스
6일 독일 수도 베를린 의회 앞에서 시민들이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 즉각적 수입 중단을 요구하며 죽은 것처럼 드러눕는 시위를 하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의회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을 강화하고 독일의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베를린/AFP 연합뉴스

미국 등은 한발 더 나아가 러시아 경제를 끝장내려는 가혹한 추가 경제제재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새 무기지원 계획을 잇따라 발표했다. 커비 대변인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100대의 스위치블레이드 드론을 제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가미카제 드론’이라 불리는 이 무인기는 폭탄을 장착해 적의 목표물로 돌진할 수 있다. 미국은 이 드론의 조작법을 가르치기 위해 우크라이나 병사들을 미국에서 교육시키겠다고 밝혔다. 이 드론은 우크라이나에 큰 피해를 주고 있는 러시아의 중포 및 지휘망을 공격할 수 있다고 영국 <가디언>이 전했다.

체코 역시 10대 이상의 구소련 T-탱크, 곡사포, 비엠피(BMP)-1 장갑차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가디언>은 이 무기들은 수량은 적지만, 러시아를 타격할 수 있는 본격적인 공격용 무기라며 이번 체코의 발표를 ‘중대한 변화’라고 평가했다. 폴란드도 5일 47억5천만달러에 자신들이 보유하던 여분의 250대 미국산 에이브럼스 탱크를 우크라이나에 판매하기로 합의했다.

키이우 주변에서 철수한 러시아는 애초 이번 전쟁 개전의 명분으로 삼았던 동부 돈바스 지역을 상대로 한 공세를 강화하는 중이다. 서구 국가들은 러시아가 친러 무장세력이 장악한 ‘자칭’ 2개 공화국이 있는 돈바스 지역 전역을 점령하는 것을 넘어, 이 지역을 2014년 3월 합병한 크림반도와 연결시키려는 ‘전략적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 때문인지 러시아는 이 두 지역을 연결하는 요충지에 자리한 마리우폴을 상대로 가차 없는 공격을 퍼부어 왔다. 러시아는 나아가 이미 점령한 우크라이나 남부 흑해 연안 도시들에서 러시아 화폐 루블을 사용하게 하는 등 실효 지배를 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구 정보기관들은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의 2차대전 전승 기념일인 5월9일에 ‘승리 선언’을 할 수 있기를 원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에 따라 4월 내내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의 운명을 건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된다. 5월 초까지 전황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으면, 전쟁은 장기화될 수 있다.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은 지난 5일 미 의회에 출석해 “이 전쟁은 아주 장기화될 분쟁이고, 적어도 수년간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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