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국제일반

‘부차 학살’로 유럽의 ‘러시아 에너지’ 의존 또 시험대에

등록 2022-04-05 18:07수정 2022-04-06 02:40

러시아 석유·가스 수입 금지 목소리 고조
폴란드, 발트3국, 영국 등 적극적
러 에너지 의존도 높은 독일 등은 신중
“독일이 대러 제재에 최대 장애물” 불만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로이터 연합뉴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북부 부차 등지에서 벌어진 러시아군의 민간인 집단학살로, 러시아 석유·가스에 대한 유럽 국가들의 높은 의존도가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금지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쟁 자금줄’을 끊자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지만, 독일을 비롯한 유럽 일부 국가들은 자국 경제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즉각 동참을 주저하고 있다.

‘부차 학살’이 드러난 직후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금지에 가장 목소리를 높이는 유럽 국가는 러시아 에너지 의존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영국과 러시아와 인접해 안보 위협에 직접 노출돼 있는 폴란드와 발트3국(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 등이다. 유럽연합(EU)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주제프 보렐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도 4일 “유럽연합은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해, 에너지 금수 조처 논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독일·오스트리아·네덜란드 등은 여전히 신중하다. 지난달 8일 미국만 독자적으로 러시아 석유 수입 금지 방침을 발표하고, 유럽연합은 동참하지 않은 것도 유럽 내부의 이견 때문이다. 유럽연합은 당시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올 연말까지 3분의 2 줄이고, 러시아산 화석연료 수입을 2030년까지 완전히 중단하겠다는 장기 계획을 내놨다.

특히 유럽 최대 경제국가인 독일은 ‘부차 학살’ 이후 더 고조된 외부 압박과 내부 논란에 직면해 있다. 독일은 가스의 55%, 석유의 3분의 1을 러시아에 의존한다. 유럽연합 전체 가스 수요의 40%, 석유 수요의 25%가 러시아산인 점에 견줘 러시아 의존도가 매우 높다.

독일은 ‘부차 학살’ 이후 추가 제재가 필요하다는 데엔 공감하면서도,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즉각 중단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크리스티안 린드너 재무장관은 “가스는 단기에 대체될 수 없으며 러시아보다 우리 쪽 피해가 더 클 것”이라며 반대했다. 전날 크리스티네 람브레히트 국방장관이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러시아산 가스 금수 방안을 논의할 때”라고 밝힌 것과 달리, 기존 정부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 같은 내부 이견은 여러 정당이 정부에 참여한 연정의 특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독일은 대신 올해 연말까지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중단하고, 가스도 2024년까지 대부분 끊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에너지 공급원 다각화와 에너지 절약 등 준금수 조처도 방안으로 내놨다.

주변국들은 ‘신중한 독일’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기자들에게 “누구라도 유럽연합 회의록을 보면 더 결정적인 제재와 관련해 독일이 최대 장애물이라는 걸 안다”고 말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전했다.

대선을 앞둔 프랑스 역시 미묘한 입장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자국 라디오 인터뷰에서 “부차에서 벌어진 일로 새로운 제재 패키지가 필요해졌다”며 “(러시아산) 석탄·석유와 관련해 앞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과 프랑스 정부는 러시아산 가스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미국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는 지적했다. 오는 10일 치르는 대통령 선거 1차 투표를 앞두고 경제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고려한 입장으로 해석된다.

전체 에너지 중 러시아산 가스에 15%를 의존하는 오스트리아도 에너지 금수 조처에 부정적이다. 마그누스 브루너 재무장관은 “냉정해야 한다. 제재가 러시아보다 오스트리아에 영향을 줘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런 이견들로 인해 유럽연합이 러시아 에너지 금수에 단일대오를 유지하기는 이번에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로이터> 통신은 이런 강력한 추가 제재 움직임에도 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은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목사가 받은 트럼프 취임식 초청장은? 1.

전광훈 목사가 받은 트럼프 취임식 초청장은?

“자기들만 옳다며 대립 부추겨”…일 언론, 윤석열 지지자들 폭력 사태 언급 2.

“자기들만 옳다며 대립 부추겨”…일 언론, 윤석열 지지자들 폭력 사태 언급

‘윤석열 구속’ 긴급하게 전한 외신…미국 “법치주의 약속 재확인” 3.

‘윤석열 구속’ 긴급하게 전한 외신…미국 “법치주의 약속 재확인”

우크라 군사매체 “러시아 파병 북한군, 4월 중순이면 궤멸” 4.

우크라 군사매체 “러시아 파병 북한군, 4월 중순이면 궤멸”

이스라엘-하마스, 19일 아침 8시30분 휴전…인질·수감자 맞교환 5.

이스라엘-하마스, 19일 아침 8시30분 휴전…인질·수감자 맞교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