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중국 상하이의 한 보건노동자가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있다. 상하이/신화 연합뉴스
중국 언론이 지난 3일 한국에서 수입한 의류에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며 확진자의 감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국산 물품에 대한 중국 언론의 이런 보도는 지난달 초에 이어 두 번째다. 근거 없는 뜬소문이 아니고, 중국 보건 당국이 직접 한 얘기라는 점에서 제법 심각하다. 이들은 어떤 근거로, 왜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일까?
다롄시 당국 “한국산 의류서 바이러스…감염 가능성”
지난 3일 중국 매체 <건강시보>는 랴오닝성 다롄시 보건당국인 다롄 위생건강위원회가 전날 한국 의류 수입 매장 직원의 코로나19 확진 사실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위생건강위원회는 한국에서 수입한 의류와 포장재 내부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양성 반응이 나왔다며, 해당 확진자가 바이러스가 묻은 의류 등에 의해 감염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 장쑤성 창쑤시 보건 당국도 2일 한국에서 수입한 의류 4건에서 바이러스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밝혔다고 <건강시보>가 전했다.
지난달에도 비슷한 소식이 있었다. 저장성 샤오싱시 당국은 지난달 7일 공식 위챗을 통해 “최근 항저우시의 코로나19 확진자 한 명이 외국 수입 의류를 통해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국에서 수입한 의류를 산 사람은 선별진료소를 방문해 코로나19 핵산(PCR) 검사를 한 차례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산 수입 의류를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일부 지역은 실제 행동으로 나섰다. 산둥성 칭다오시가 지난달 14일 코로나19 확산 원인 중 하나로 한국에서 온 의류 택배를 지목하고,
한국발 화물에 대한 핵산검사 및 살균 강화에 나섰다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농식품수출정보(kati)가 밝혔다.
“오미크론 193시간 생존” 일본 의대 논문 등 근거
<건강시보> 등 중국 매체는 특히 오미크론이 다른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물건 등에서 생존하는 시간이 훨씬 길다는 연구 결과를 인용한다. 일본 교토부립의과대학의 료헤이 히로세 박사 등이 지난 1월18일 국제 생물학 논문 사전 공개 누리집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실은 논문을 보면,
플라스틱 표면에 묻은 오미크론 바이러스는 평균 193.5시간을 생존했다. 이는 8일 정도로, 우한에서 발견된 바이러스(56시간)나 델타 바이러스(114시간)보다 훨씬 긴 기간이다. 실험은 온도 25℃, 습도 45~55% 상황에서 진행됐는데, 이보다 온도가 낮거나 습도가 높으면 바이러스의 생존 시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고 한다.
중국 매체가 잘 다루지 않는 내용이 논문에 있다. 해당 논문을 보면, 오미크론 바이러스는 10시간마다 반감기가 있다. 애초 1000개의 바이러스가 있다면 10시간 뒤에 500개로 줄고, 20시간 뒤에는 250개, 30시간 뒤에는 125개로 줄어드는 식이다. 이렇게 193.5시간이 흐르면, 최초 바이러스 양의 0.0000015배가 남게 된다. 한국산 의류를 배에 실어 중국에 수출할 경우 보통 2주 정도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설령 옷에 바이러스가 묻었더라도 생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1월 해당 논문을 검토한 장홍타오 미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
시간은 바이러스를 죽이는 칼이다. 국제우편을 통해 코로나19에 전염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중국이) 국제우편을 중단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당시 중국에서는 2월 초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베이징에서 처음 발생한 오미크론 확진자의 감염원으로 캐나다에서 발송된 국제 우편물이 지목돼 논란이 됐다. 베이징시 보건당국은 우편물 종이에서 오미크론 바이러스가 발견됐다고 주장했고, 캐나다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반박했다. 당시 우편물은 1월7일 캐나다에서 출발해 11일 당사자에게 전달됐다.
중국 허난성 위저우시 한 마을에서 방역 요원이 마늘밭에서 코로나19 검사에 필요한 샘플을 채취하고 있다. 웨이보 갈무리
한국산 의류가 코로나19 확진의 매개체가 된다는 주장은 중국 중앙 정부의 입장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보건 사령탑인 중국 위생건강위원회는 공식적으로 이런 입장을 낸 적이 없다. 다롄시나 샤오싱시도 한국산 의류가 확진자의 100% 감염 원인이라고 주장하지는 않고 있다. 의류 등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됐으니, 확진자의 감염 원인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정도의 주장을 펴고 있다. 의류에서 얼마만큼의 바이러스가 검출됐는지도 전해지지 않고 있다.
옷이나 편지 등을 통해 코로나에 감염될 수 있는지는 2020년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논란이 됐다. 대체적인 결론은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몇 시간만 지나도 바이러스가 생존할 수 없기 때문에 물건을 통한 감염 가능성은 크게 염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정도로 정리됐다.
중국은 다르다. 확진자가 많이 발생한 한국이나 유럽, 미국 등에서는 물건을 통해 코로나19가 전파될 수 있다는 주장이 큰 의미를 갖지 않지만, 1명의 확진자만 나와도 지역 전체를 봉쇄하는 ‘제로 코로나’(칭링) 정책을 고수하는 중국은 조금의 가능성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중국 일부 지역에서는 생선이나 마늘밭 등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검출 검사를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한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