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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우크라 중립화-러군 철수’ 타협하나…일부 진전, 합의까진 ‘먼길’

등록 2022-03-17 19:34수정 2022-03-18 02:02

[양국 고위당국자 4차회담]
우크라, 나토 가입 포기 시사·‘법적 구속력’ 안전보장 요구
‘협상진전’ 보도에 러 크레믈 “옳은 요소 있지만 전체적으론 틀려”
16일(현지시각)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ICJ) 앞에서 우크라이나인들이 “푸틴은 멈춰라”라고 쓴 펼침막을 들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있다. 이날 유엔 산하 국제사법재판소는 러시아에 “즉각 군사작전을 중단하라”고 판결했다. 판결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될 수 있으나 러시아는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보유하고 있다. 헤이그/EPA 연합뉴스
16일(현지시각)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ICJ) 앞에서 우크라이나인들이 “푸틴은 멈춰라”라고 쓴 펼침막을 들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있다. 이날 유엔 산하 국제사법재판소는 러시아에 “즉각 군사작전을 중단하라”고 판결했다. 판결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될 수 있으나 러시아는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보유하고 있다. 헤이그/EPA 연합뉴스

지난 14일부터 사흘째 계속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고위 당국자 간의 4차 회담에서 ‘중요한 진전’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협상 당사자들의 발언과 세계 주요 언론의 관측 보도가 나오면서 전쟁이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하지만, 러시아가 관련 보도에 대해 “정확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최종 합의가 이뤄지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16일(현지시각) 협상 결과에 대해 설명을 들은 다섯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두 나라가 “우크라이나가 중립을 선언하고 군사력의 제한을 받아들이면 러시아가 공격을 멈추고 철수하는 내용을 포함한 잠정적인 평화 계획에 대해 중대한 진전을 이뤄냈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논의 중인 초안엔 우크라이나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포기하고, 외국군이나 군사기지 배치를 하지 않는 대신 미국·영국·터키 등이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보장하는 안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자국의 안보를 보장받기 위해선 미국·영국·터키뿐 아니라 러시아까지 포함되는 ‘법적 구속력’을 갖는 조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꺾지 않고 있다. 또 러시아가 협상을 빌미로 시간을 번 뒤 수도 키이우(키예프) 등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두 나라가 4차 회담에서 일부 진전을 이뤄냈음은 양국 고위 당국자들의 발언을 통해서도 일부 확인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6일 미 의회 화상연설에서 “러시아와 협상이 좀더 현실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도 같은 날 러시아 매체에 “협상이 쉽지 않지만 타협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도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레믈 대변인은 17일 <파이낸셜 타임스> 보도와 관련해 “옳은 요소들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틀렸다”는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에 비무장화·탈나치화·중립화라는 ‘3대 요구사항’과 2014년 3월 강행한 크림반도의 합병과 동부 돈바스 지역에 있는 2개 자칭 공화국의 독립을 인정하라는 ‘가혹한 요구’를 거듭해왔다. 이후 이스라엘·터키·프랑스 등이 푸틴 대통령의 ‘최대한의 요구’와 우크라이나가 받아들일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인 나토 가입 포기를 뜻하는 ‘중립화 선언’ 사이에서 타협을 중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의 명시적인 태도 변화가 관찰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8일부터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끄는 여당 ‘국민의 종’은 이날 성명에서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포기하는 대신 미국·러시아·터키 등이 참여하는 ‘새 안전보장 조약’에 서명”하는 안을 제안했다. 15일 키이우를 방문한 야네스 얀샤 슬로베니아 총리도 영국 <가디언>에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포기하는 쪽으로 헌법을 개정하는 데 적극적인 입장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2014년 친러시아 정부를 붕괴시킨 ‘유로마이단 시위’ 이후인 2019년 나토와 유럽연합 가입 계획을 헌법에 명시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는 나토 가입은 포기할 수 있지만, 지난달 28일 정식 가입 신청서를 제출한 유럽연합에는 꼭 가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 수석 대표인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 수석 보좌관은 16일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의 입장은 매우 구체적이다. (러시아가 포함된) 법적 구속력을 갖는 안전보장, 정전, 러시아군의 철수이다. 이는 양국 정상의 직접 대화를 통해서만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현재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안전보장 문제와 관련해 합의가 이뤄진다 해도 두 나라는 △크림반도 합병 인정 △돈바스 내 2개 자칭 국가의 독립 인정 등 ‘영토 문제’라는 또 다른 큰 산을 넘어야 한다.

정의길 박병수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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