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중국 베이징의 한 쇼핑몰에서 중국 스포츠용품사인 리닝의 로고 앞을 한 남성이 걸어가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미국이 북한 노동력을 활용해 제품을 만든 혐의로 중국 스포츠브랜드 ‘리닝’의 제품을 압류했다. 미국이 한 번의 조처로 중국과 북한을 동시에 제재한 셈이다.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은 15일 누리집을 통해 “14일부터 미국의 모든 항구에서 리닝이 제조하거나 생산한 상품을 압류한다”며 “이는 리닝이 북한의 노동력을 공급망에서 활용했음을 나타내는 세관국경보호국의 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적대 세력에 대한 제재를 통한 대응법’(CAATSA)은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것이 아니라는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으면 세계 어디서든 북한 시민이나 북한 국적자가 생산에 관여한 제품의 미국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세관국경보호국은 “제품 수입업자가 30일 안에 죄수노동, 강제노동, 형사 처벌에 따른 계약 노동으로 생산된 것이 아니라는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압수와 몰수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리닝은 중국 올림픽 체조 영웅인 리닝이 본인 이름을 따서 세운 중국 스포츠용품 회사로, 2020년 22억2천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미국 프로농구(NBA) 공식 마케팅 파트너였고, 드웨인 웨이드 등 선수 10명과 후원 계약을 맺었다.
리닝은 지난해 3월 외국 패션 브랜드들이 중국 신장웨이우얼 자치구의 인권 침해를 비판하며 이 지역 면화를 쓰지 않겠다고 선언하자, 신장산 면화를 지지한다고 선언해 주목 받았다. 이달 초 세계 최대 규모의 노르웨이 국부 펀드는 리닝이 신장의 인권 탄압에 기여한다며 보유 지분 0.59%를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리닝이 북한 노동자를 활용해 제품을 만든 정황은 2020년 10월 국내 국정감사 과정에서 일부 드러나기도 했다. 당시 씨제이(CJ)홈쇼핑이 중국 단둥 공장에서 북한 노동자를 활용해 만들어진 제품을 국내에 유통했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이 과정에서 제품이 중국 업체인 리닝에도 납품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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