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중국 상하이에서 방호복을 입은 방역 요원들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통제된 구역 부근에서 대기하고 있다. 상하이/AFP 연합뉴스
고집스럽게 ‘칭링’(제로 코로나) 정책을 유지해온 중국이 또다시 상상할 수도 없는 대규모 초강력 봉쇄에 돌입했다. 인구 1750만명을 자랑하는 중국 4대 도시 중 하나인 광둥성 선전시가 14일부터 일주일 동안 멈춰 섰고, 인구 800만을 거느린 지린성 창춘시는 지난주부터 봉쇄 중이다. ‘경제 수도’인 상하이는 초·중·고교생의 출석을 중단했다. 전염성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가 퍼지면서 칭링 정책을 유지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자료를 보면, 4일 175명에 머물던 중국 내 확진자 수는 14일 현재 5154명까지 늘었다. 확진자 대부분은 전염성이 강한 오미크론 감염자다. 지난해 말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되면서, 미국·유럽은 물론 ‘방역 모범국’으로 꼽히던 한국도 달라진 현실을 받아들여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돌아섰지만, 중국은 여전히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중국은 왜 포기하지 못하는 걸까.
14일 코로나19로 일주일 동안 봉쇄된 중국 광둥성 선전시 거리를 일부 시민들이 걷고 있다. 선전/AP 연합뉴스
첫째 이유는 효력이 떨어지는 중국산 백신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해 시노백·시노팜 등 자체 백신을 개발하며, 화이자·모더나 등 외국 백신을 도입하지 않았다. 중국 백신은 바이러스를 비활성화시켜 인체에 주입해 항체를 만드는 전통적 방식으로 제작됐다. 싸고 보관·유통이 쉽지만, 메신저 리보핵산(mRNA)을 이용하는 화이자·모더나 백신보다 효과는 떨어진다. 세계보건기구(WHO) 자료를 보면, 화이자 백신은 코로나19 감염을 95% 예방하지만 시노백 백신은 51% 예방하는 데 그친다. 오미크론 변이에도 약하다. 지난해 말 홍콩대학이 공개한 연구 결과를 보면, 화이자 백신 접종자 25명 가운데 5명이 오미크론을 막아냈지만, 시노백 백신 접종자 25명은 전원이 속수무책이었다. 칭링 정책을 포기하면, 늘어나는 감염자를 감당하기 힘들다.
더 큰 문제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의료 시설과 지역 간 불균형이다. 중국은 중증환자가 치료받을 수 있는 중환자실(ICU) 병상이 매우 부족하다. 중국 의료 매체인 <중국위생자원>을 보면, 2021년 중국의 중환자실 병상 수는 인구 10만명당 4.37개였다. 이에 견줘 독일은 29개, 미국은 35개, 이탈리아는 12개였다. 지역별 격차도 크다. 중국 최대 도시인 베이징과 상하이는 전체 평균보다 1.5배 많은 각각 6.25개와 6.14개였지만, 지린성·광시성·시짱(티베트)은 3개를 넘지 못했다. 간쑤성·장시성·허베이성·푸젠성·안후이성·하이난 등은 3.5개 아래였다. 증증 환자가 늘어나면, 사망자 폭증이라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앞둔 ‘정치적 환경’이다. 올가을 열리는 중국공산당 20차 당대회에서 시 주석의 3연임이 결정된다. 중국은 현재 대내외 정책의 모든 초점을 여기에 맞추고 안정 기조의 행보를 걷고 있다. ‘중임 5년, 총 10년’이라는 중국공산당 최고지도자 재임 관례를 깨는 만큼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를 최소화해야 한다.
14일 중국 장쑤성의 창저우시에서 의료 요원들이 주민들에 대해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있다. 창저우/AP 연합뉴스
게다가 중국은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세계 최소 수준으로 유지한 성과를 미국·유럽을 능가하는 중국 체제의 승리로 선전해 왔다. 레이정룽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질병통제부국장은 14일 “칭링 정책으로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오미크론 변이가 빠르고 은닉성이 강한 만큼 더 일찍, 더 빠르게, 더 엄격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물러서지 않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하지만, 미국 국제관계위원회의 황옌중 글로벌 보건 수석연구원은 “칭링 정책의 근거는 백신을 접종하는 시간을 버는 것”이었다며 “중국 백신이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적은 감염에도 버티기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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