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홍콩에서 한 여성이 생필품을 카트에 싣고 가고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코로나19 안전지대로 분류되던 홍콩에서 하루 확진자가 5만명 넘게 발생하는 등 오미크론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다. 중국식 코로나19 방역 정책인 핵심인 ‘강력한 봉쇄 정책’이 예고되면서 사재기 사태 등 사회 혼란이 이어지는 중이다. 또, 사망자가 늘며 코로나19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4일 홍콩 정부 발표를 보면, 홍콩에서는 3일 하루 동안 5만6827명의 확진자가 발생해 전날(5만5353명)에 이어 이틀 연속 5만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왔다. 홍콩 인구는 750만명으로 한국의 6분의 1 수준이다.
더 심각한 것은 사망자 수다. 홍콩의 코로나19 관련 사망자 수는 2일 117명, 3일 144명으로 이틀 연속 100명을 넘었다. 같은 시기 한국의 사망자 수는 128명(2일), 186명(3일)으로 홍콩과 큰 차이가 없다. 게다가 홍콩의 지난 7일 동안 평균 사망자 수는 10만명당 1.2명으로 세계에서 치명률이 가장 높다. 홍콩 다음인 조지아는 10만명당 1.02명이고, 코로나19로 큰 피해를 봤던 미국은 0.58명이다. 특히, 사망자 폭증은 홍콩 당국에 뼈아픈 대목이다. 오미크론이 주류 종으로 자리잡은 뒤 다른 국가들에선 확진자는 늘지만 사망률은 줄어드는데 데 반해 홍콩에선 둘 다 늘고 있다.
3일 홍콩의 마트에서 한 여성이 물건이 거의 팔린 매대를 바라보고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핵심 원인은 취약층인 노령층의 백신 접종률이 낮기 때문이다. 홍콩 80살 이상 노인의 백신 접종률은 30%에 그치고, 70~79살은 59%, 60~69살은 74%에 불과하다. 홍콩 보건 당국은 지난 2일 사망자 117명 가운데 대다수가 노령층이고, 이 가운데 90%는 백신 접종을 2회 이상 하지 않은 이들이라고 밝혔다.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병원 영안실이 한계에 달하자 홍콩 보건 당국은 대형 냉동차를 마련해 시신을 임시 보관하고 있다.
확진자가 급증하고 중국식 봉쇄 정책이 예고되면서 시민들은 생필품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올해 초 산시성 시안 주민들이 코로나로 온 도시가 봉쇄돼 식료품 확보 등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본 홍콩 시민들이 선제 조처에 나선 것이다. 대형 마트에선 식품·세제·위생용품 등이 동나고 있다. 그 때문에 온라인 주문이 폭증하면서 일부 쇼핑몰은 물건을 확보하지 못해 주문을 취소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홍콩 당국은 오락가락하는 태도를 보이는 등 위기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홍콩 정부는 지난달 22일 “3월에 3차례 강제 전수 검사를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을 내놓지 않고 있다. 홍콩 언론들은 오는 26일부터 9일간 강제 검사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의 정점이 지난 다음달 중순 이후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시민들의 사재기 행동에 대해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2일 “전면적인 대규모 봉쇄는 없다”고 밝혔다. 시민들은 불안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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