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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미-러 정상회담 합의에도…백악관 “러, 우크라 전면 공격 준비 계속”

등록 2022-02-21 16:17수정 2022-02-22 02:31

백악관 “침공 순간까지 외교에 전념”
우크라 “즉각적 대러 제재” 요구에는
블링컨 “지금 꺼내면 전쟁 억지력 사라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으로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동부의 친러시아 세력 지역인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을 빠져나온 주민들이 20일 러시아의 보로네즈 기차역에 모여있다. 보로네즈(러시아)/타스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으로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동부의 친러시아 세력 지역인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을 빠져나온 주민들이 20일 러시아의 보로네즈 기차역에 모여있다. 보로네즈(러시아)/타스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회담하기로 20일 합의한 가운데, 양쪽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놓고 팽팽한 긴장을 이어갔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밤 보도자료를 내어 미-러 정상이 회담하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현재, 러시아는 아주 이른 시일 안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적 공격을 하기 위한 준비를 계속하는 걸로 보인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이를 뒷받침하듯 <에이피>(AP) 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익명의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러시아 최전방 군 지휘관들에게 우크라이나 공격을 계속 진행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는 정보를 미 당국이 입수했다고 전했다. 미 정부의 한 당국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8일 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결심했다고 확신한다”고 밝힌 근거가 이 정보였다고 통신에 전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역시 이날 여러 개의 방송에 연속 출연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친러시아 반군 세력의 ‘가짜 깃발 작전’(선제공격을 받은 것처럼 위장해 침공의 명문을 세우려는 작전)과, 러시아-벨라루스의 연합 군사훈련 연장을 거론하며 “실제 침공을 앞두고 일어날 것이라고 우리가 말했던 모든 게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 상업위성업체 맥사(Maxar)는 우크라이나 국경 근처의 러시아 병력이 주둔지를 옮겨 재배치됐다고 밝혔다. 이 업체는 러시아 국경부근 도시 솔로티에 있던 전투부대와 지원장비가 최근 주둔지를 떠난 점 등이 포착됐다며 “이는 러시아가 준비태세를 강화했음을 의미한다”고 풀이했다. <시엔엔>(CNN) 방송도 러시아 재래식 병력의 75%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관련 정보를 아는 미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60㎞ 이내에 배치된 160개의 대대 전술단 중 120개와 방공대대 50개 중 30개 등이 우크라이나를 겨누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맞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긴장이 고조된 것은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때문이라는 인식을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20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진행된 포격전은 우크라이나 탓이라고 주장하면서, 나토가 우크라이나로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레믈(러시아 대통령궁) 대변인도 이날 러시아 국영방송 인터뷰에서 “지금처럼 긴장이 최고조인 때에는 계획되지 않은 어떤 돌발사고나 계획된 소규모 도발도 회복할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돈바스 내 친러 세력 중 하나인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은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공격으로 민간인 2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돈바스 지역 친러 세력들은 군 총동원령을 내리는 한편, 여성과 어린이 등을 러시아로 대피시키고 있다.

위기의 근본적 원인을 둘러싸고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지만, 우크라이나 정세가 며칠 새 급속히 악화된 ‘직접적 원인’은 러시아의 도발적 움직임 때문이 볼 수 있다. 러시아의 ‘형제국’인 벨라루스 국방부는 10일부터 벌여온 두 나라의 연합훈련을 “국경 근처의 군사 행동 증가”를 이유로 종료 예정 당일인 20일 갑자기 연장했다. 그 때문에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북쪽에서 노릴 수 있는 러시아군 3만명의 벨라루스 주둔이 한정 없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현재 우크라이나 국경 주변엔 15만명 이상의 러시아 병력이 배치돼 있다. 두 나라는 19일엔 푸틴 대통령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러시아가 자랑하는 극초음속미사일 ‘지르콘’도 시험 발사했다.

그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은 일요일인 20일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 방문을 취소하고 긴급하게 백악관에서 국가안보회의(NSC)를 주재했다.이 회의에는 최근 유럽을 방문해 우크라이나 사태 외교전을 편 블링컨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참석했다. 위기의 심각성을 드러내듯 모스크바 주재 미국대사관은 러시아에 체류 중인 미국인들에게 “미 정부의 도움에 의존하지 말고 대피 계획을 갖고 있으라”고 안내했다. 또 쇼핑몰이나 기차역 등 다중 시설 이용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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