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대선 기간 중 도널드 트럼프 지지 모임에 참석한 이들. 포퓰리즘 정부 아래서 코로나19 사망자가 훨씬 더 많이 발생했다는 연구가 나왔다. 롬/EPA 연합뉴스
포퓰리즘 정부 아래서 코로나19 사망자가 다른 나라에 비해 두 배나 많이 발생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미국 경제 방송 <시엔비시>(CNBC)가 2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독일의 두뇌집단(싱크탱크)인 ‘키엘 세계경제 연구소’는 이날 학술지 <정치제도와 정치경제 저널>에 실은 논문에서 세계 42개국을 비교 분석한 결과, 포퓰리즘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능력이 훨씬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브라질·러시아·중국 등 주요 신흥국의 2020년 ‘초과 사망률’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포퓰리즘 정부의 대응 능력을 분석했다. 초과 사망은 일정 기간의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사망을 뜻한다. 이는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코로나19 사망자까지 포함한 전체 사망자 규모를 판단하는 지표로 쓰이고 있다.
연구팀은 포퓰리즘 정부가 집권한 나라의 평균 초과 사망률은 18%로, 나머지 나라의 8%보다 2배 이상 높았다고 밝혔다. 42개국 평균 초과 사망률은 10%였다. 포퓰리즘 국가에서는 코로나19가 발생하지 않았을 때에 비해 사망자가 18% 더 많았고, 나머지 나라에서는 8% 더 많았다는 이야기다.
연구팀이 포퓰리즘 국가로 분류한 나라는 미국, 영국, 인도, 브라질, 이스라엘, 체코, 헝가리, 멕시코, 폴란드, 슬로바키아, 터키다.
연구팀은 포퓰리즘 정부가 있는 나라의 초과 사망률이 높은 이유를 사람들의 이동이 더 잦은 데서 찾았다. 구글 데이터를 이용해 식료품점이나 공원 등 붐비는 장소들의 방문자 수를 분석한 결과, 포퓰리즘 국가의 이동이 2배 많았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연구팀은 포퓰리즘 국가의 이동이 많은 이유로 두가지를 꼽았다. 포퓰리즘 정부들은 접촉 제한 등 인기없는 방역 정책을 꺼리고, 코로나19 대유행의 심각성을 경시하거나 과학적 발견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발언을 많이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포퓰리즘 정부가 있는 나라의 시민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이동을 제한하지 않을 여지가 높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키엘 세계경제 연구소’의 미하엘 바이에를라인 연구원은 “숫자를 보면, 포퓰리스트들이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위기 관리를 제대로 못했다는 게 명백하다”며 “피할 수 있었던 많은 죽음에 대한 책임이 그들에게 있다는 점 또한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포퓰리즘을 “사회가 동질적인 두 개의 집단 곧 ‘순수한 국민’과 ‘부패한 지배층’으로 나뉘고, 이들이 서로 적대적이며, 정치는 국민들의 일반적 의지를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념으로 규정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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