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지난해 아프가니스탄 유기 동물 구조와 관련해 거짓말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26일(현지시각) 존슨 총리가 의회에서 야당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런던/UPI 연합뉴스
방역 지침 위반으로 퇴진 압박에 시달리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아프가니스탄 동물 구조와 관련해 거짓말을 했다는 의혹에까지 휘말려 들고 있다.
영국 하원 외무위원회가 26일(현지시각) 지난해 8월 존슨 총리가 아프간 유기 동물 150여마리 구조를 승인했다는 내용의 전자우편 두 건을 공개했다고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외무부 직원이 작성한 이 전자우편은 “총리가 동물 대피를 승인했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는 아프간에서 활동하는 영국 동물 구조 단체의 구조 요구를 수용하도록 한 바 없다는 존슨 총리의 주장을 뒤집는 것이다.
영국 해병 출신의 동물보호소 운영자 폴 파딩은 지난해 8월 자신이 보호하던 동물들을 영국으로 보내줄 것을 요구하며 영국 정부와 갈등을 빚었다. 국방부는 사람을 한 명이라도 더 대비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거부하다가 결국 동물들을 영국으로 수송해줬다. 이 과정에서 존슨 총리의 부인인 캐리 존슨도 동물보호소 지지자들에 동참한 바 있다.
존슨 총리는 지난해 12월 한 인터뷰에서 동물 구조에 개입했느냐는 질문을 받자 “완전히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부인했다. 당시 총리 대변인도 “총리나 총리 부인이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총리실은 이날 전자우편이 공개된 뒤에도 “총리가 관리들에게 특정한 행동을 지시하지 않았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고 주장했다.
노동당은 이날 공개된 전자우편은 존슨 총리가 진실을 말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노동당의 예비 국방장관인 존 힐리 의원은 “존슨 총리는 또 한번 자신이 한 일이나 결정에 대해 거짓말한 것이 들통났다”며 “영국군을 위해 일한 아프간 사람들이 현지에 남아있는 상황에서 동물 구조를 우선시해서는 안됐다”고 비판했다.
한편, 존슨 총리의 운명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되는 ‘파티게이트’ 조사 보고서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내각부의 수 그레이 예절·윤리팀 국장은 존슨 총리가 2020년 정부의 방역 지침을 어기고 정원 파티를 연 사건의 조사를 이미 마친 것으로 보이지만, 언제 보고서를 제출할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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