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신규 확진자 수가 7000명대 중반을 기록한 23일 서울역 광장에 설치된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검체 채취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델타 변이보다 2~3배 높은 감염력으로 방역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는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세가 시작된 뒤 정점을 찍고 감소세로 돌아서려면, 며칠 정도가 걸릴까. 한국보다 먼저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된 국가들의 전례를 보면 한달 정도 걸린 것으로 파악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3일 한·일 양국보다 먼저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된 뒤 감염자 수가 정점을 찍은 나라들의 확진자 추이를 분석해 보도했다. 오미크론 감염이 본격화된 날을 신규 확진자 수가 전주보다 2배 이상으로 늘어난 날, 정점이 지난 시점을 확진자 수가 전주보다 10%로 줄어든 날이라고 정의하면, 미국·영국·프랑스·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주요국에선 평균 27일 만에 정점을 찍었다는 게 신문의 분석이다.
구체적으로 오미크론 변이가 가장 먼저 발견된 남아프리카공화국 최대 도시 요하네스버그가 있는 하우텡주에선 지난해 11월17일 감염이 본격 시작됐다. 이 지역에서 확진자 수가 정점에서 꺾인 것은 31일 뒤였다. 남아공 전체적으로는 11월 중순까지 300~400명에 불과하던 확진자 수가 12월13일엔 이전보다 100배 많은 3만7천명까지 치솟았다. 21일 현재 남아공의 하루 확진자 수는 정점 때의 10분의 1 수준인 3960명이다. 미국 뉴욕시의 맨해튼 지구에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12월15일 감염 확대가 시작돼 30일 뒤인 1월14일 감소세로 돌아섰다. 같은 기준으로 프랑스 파리에서 정점이 꺾이는 데 걸린 시간은 24일, 영국 런던은 23일이었다.
도쿄의 경우 오미크론 변이가 이들 국가보다 늦게 들어와 4일 감염자 수가 전주의 2배를 기록했고, 22일 현재 일일 확진자 수가 5만명을 넘긴 상태다. 4일을 유행이 시작된 첫날로 본다면, 22일 현재 18일이 지났기 때문에 2월 초순께 정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오미크론 변이가 본격 유입되기 전인 12월 초부터 확진자가 급증해 이 기준을 적용하기 쉽지 않다.
이 같은 결과에도 전문가들은 낙관은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국가별로 백신, 특히 추가접종(부스터샷) 상황이 크게 달라 모든 나라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한달 만에 꺾인다고 예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가장 극적인 움직임을 보인 나라는 영국이다. 영국에선 1월 초 한때 하루 20만명의 확진자가 쏟아졌지만, 23일 만에 정점을 찍고 하락 반전에 성공했다. 그 직후 보리스 존슨 총리는 19일 “오미크론 확산세가 전국적으로 정점에 이른 것으로 과학자들이 판단했다”며 27일부터 잉글랜드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 규제 대부분을 풀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결정이 가능했던 것은 2020년 방역 규칙을 어긴 파티에 참석해 사임 압력에 몰린 존슨 총리가 국면 전환을 위해 결단한 측면도 있지만, 추가접종이 빨리 진행된 점이 크게 작용했다. 실제 영국(55%), 프랑스(44%), 미국(25%) 등은 추가접종 비율이 높은 편이지만, 일본은 1.5%에 머물고 있다. 한국의 21일 현재 추가접종자 비율은 48.6%다. 와다 고지 국제의료복지대 교수는 “유럽·미국과 같이 (오미크론 확진자) 추이가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오미크론은 감염력이 높아 일단 감염이 시작되면 3~4개월 동안 환자가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