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지원하는 분리주의 반군 세력들이 활동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의 베르크네토레체 마을에서 20일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경계 활동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뒤 정부를 접수하기 위해 전·현직 우크라이나 관리들을 모으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재무부는 20일(현지시각)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끄는 우크라이나 정부를 흔드는 공작에 가담했다며 우크라이나 의원 2명과 전직 고위 관리 2명에 대해 미국 내 자산 동결과 미국 관련 각종 거래 금지 등의 제재를 가한다고 발표했다.
재무부는 “러시아가 러시아군과 함께 우크라이나 핵심 사회기반시설을 통제하고 우크라이나 정부 접수를 준비할 전·현직 우크라이나 관리들을 모집하라고 정보기관들에게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재무부는 이 계획의 핵심에 타라크 코작 등 4명이 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현직 의원인 코작이 러시아 정보기관인 러시아연방보안국(FSB)에 협력하는 정보전에 밀접하게 연관됐다는 것이다. 코작 의원은 우크라이나에서 뉴스 채널들을 소유하고 있으며 지난 2020년 대선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측근에 대한 허위사실을 전파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제재 대상에 오른 또다른 현직 의원인 올레 볼로신은 러시아 연방보안국과 함께 우크라이나 정부의 신뢰도를 저해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재무부는 주장했다. 재무부는 또 블라디미르 시브코비치 전 우크라이나 국가안보부 부장관도 러시아 정보기관원들과 협력하는 정보전에 가담했다며 제재 대상에 올렸다. 시브코비치는 크림반도에서 러시아가 지원하는 병력의 철수를 대가로 크림반도를 러시아에 공식적으로 할양하자는데 지지를 모으는 정보전에 가담한 혐의이다. 현재 러시아에 체류 중인 전직 관리인 볼로디미르 올린크는 러시아 연방보안국에 우크라이나 중요 시설들에 대한 정보를 넘겨준 혐의를 받고 있다.
월리 아데예모 재무부 부장관은 “미국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위험하고 위협적인 영향력 확장 캠페인과 허위 정보전을 드러내고 이를 막는 조처를 취하고 있다”며 “우리는 러시아가 안정을 저해하는 행동에 책임을 묻기 위한 조처를 취할 것을 다짐한다”고 말했다.
이번 제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면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미국이 생각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날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전면전을 감행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며 ‘사소한 침입’ 가능성을 언급해 논란이 일었다.
러시아군 병력과 장비들은 우크라이나 국경에 16㎞ 정도 근접해 배치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언론들은 러시아 병력이 우크라이나와 접경한 벨라루스의 옐스크에 도착했다고도 보도했다. 러시아는 다음달 10일부터 열리는 벨라루스군의 연합 훈련을 이유로 벨라루스에 병력을 파견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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