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화 상태에 이른 영국 런던 병원을 지원하기 위해 군인 200명이 투입된 7일(현지시각) 런던에서 의료진이 구급차에 실려온 코로나19 환자를 맞고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미국과 유럽의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세가 입원 환자 증가로 이어지며, 의료 체계가 극도의 압박을 받고 있다. 미국의 입원 환자는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고, 영국에서는 병원에 군인을 투입했다. 프랑스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의료진까지 환자 치료에 나서고 있으며, 그리스는 공공 병원 지원을 위해 민간 의사 동원령까지 내렸다.
미국 <시엔엔>(CNN) 방송은 보건복지부 자료를 인용해 7일(현지시각) 기준 미국의 코로나19 입원 환자가 13만2천명에 육박했다고 8일 보도했다. 이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최고치인 지난해 1월 중순의 14만2200명보다 1만명 적은 것이다. 버지니아대학 의대 집중치료 책임자 타이슨 벨 박사는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의료진 일손 부족이 심각하다며 “같은 13만명의 환자 규모여도 지난해와 같은 수준의 처치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입원 환자가 빠르게 늘자 많은 병원들이 마비 사태를 피하기 위해 급하지 않은 수술을 미루고 있다. 뉴욕주의 경우, 적어도 40개 병원이 급하지 않은 수술을 2주 이상 중단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코로나19 검사를 담당할 인력도 부족해지자, 캘리포니아주는 7일 검사소에 주방위군 인력 200명을 투입했다. 검사를 받는 것도 어려워지면서 의사들은 의심 증상이 있는 이들에게 검사 여부와 상관 없이 일단 집에 머물라고 권하고 있다.
병원 외에 다른 공공 서비스 차질도 이어지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뉴욕시에서는 일손 부족으로 쓰레기 수거가 늦어지고, 소방관과 구급 대원도 부족해졌다. 로스앤젤레스시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으로 일을 못하는 경찰과 소방관이 800명 이상이다. 아이다호주에서는 약국들도 몰려드는 환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뉴욕 타임스>가 집계한 미국의 신규 코로나19 확진자는 7일 89만4490명으로 지난 3일 100만명을 넘어선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7일 평균 하루 확진자는 64만8211명으로 역대 최고치였다.
의료 체계가 극심한 압박을 받기는 유럽도 마찬가지다. 영국 런던에서는 40명의 군의관을 포함한 군인 200명이 병원 지원을 위해 7일 투입됐다고 <에이피>가 전했다. 정부는 또 북서부 잉글랜드 지역의 구급차 운행을 지원하기 위해 이번 주 150명의 군을 투입할 예정이다.
프랑스에서는 코로나19에 감염됐으나 무증상이거나 증상이 약한 의료진의 경우 병원 근무를 계속하고 있다.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의 팔레르모에서는 병원 옆에 임시 병동이 등장했다. 이 병동은 입원을 위해 주차장에서 대기하는 사태가 빚어지자 설치됐다. 그리스 정부는 민간 인력 동원령을 내리고 오는 12일부터 상황이 특히 어려운 북부 지역의 민간 병원 의사들을 공공 병원에 투입할 예정이다.
한편, 영국의 누적 코로나19 사망자가 8일 세계에서 7번째로 15만명을 넘었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전했다. 정부의 공식 집계를 보면, 이날 새로 313명이 숨져 누적 사망자가 15만57명이 됐다. 이는 미국, 브라질, 인도, 러시아, 멕시코, 페루에 이어 세계에서 7번째로 많은 누적 사망자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