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세계는]
새해벽두 시선은 우크라로
나토 동전 멈출 타협안 불발 땐
국경 침범 군사행동 배제 못해
미-중 충돌 속 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번지며 냉기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도 악재
이란 핵 협상 앞길도 안갯속
제한적 타결책 찾기도 쉽잖아
미-이란 ‘교착상태’ 머물 가능성
하반기 중 당대회, 미 중간선거
‘3연임’ 시진핑 장악력 키우고
미 공화, 하원 장악 땐 혼란 커질듯
한국·프랑스·브라질 대선도 관심
새해벽두 시선은 우크라로
나토 동전 멈출 타협안 불발 땐
국경 침범 군사행동 배제 못해
미-중 충돌 속 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번지며 냉기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도 악재
이란 핵 협상 앞길도 안갯속
제한적 타결책 찾기도 쉽잖아
미-이란 ‘교착상태’ 머물 가능성
하반기 중 당대회, 미 중간선거
‘3연임’ 시진핑 장악력 키우고
미 공화, 하원 장악 땐 혼란 커질듯
한국·프랑스·브라질 대선도 관심
2022년 세계는 냉전 종식 이후 30년 만에 지정학적 대결이 최고조에 이르는 한해가 될 것이다. 치열해지는 미-중 전략경쟁,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서구와 러시아의 알력, 이란 핵개발을 둘러싼 중동 역내의 긴장이 절정에 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미·중 양국 모두에서 각각 중간선거와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 등 대형 정치 이벤트를 앞두고 있어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다. 또 코로나19 팬데믹이 3년째로 장기화되며 각국이 자국 우선주의와 배타적인 민족주의에 매몰될 것으로 우려된다.
인류가 가장 먼저 치르게 되는 거대 외교 이벤트는 10일 우크라이나 위기를 놓고 열리는 미국과 러시아 사이 고위급 회담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한달에 두번이나 화상과 전화 회담을 열면서도 ‘평행선’을 달려온 만큼 의견 조정 과정에서 불꽃을 튀길 전망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지대에 병력을 증강해 침공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열리는 이 회담은 러시아가 요구하는 안보 보장, 즉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확장 금지 및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불허 문제를 다루게 된다. 러시아-나토 사이의 나토·러시아위원회(NRC) 회담은 12일, 러시아와 미국이 포함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상임이사국 회담은 13일로 이어진다. 이 연속 회담에서 1991년 12월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와 서구 국가들 사이의 고질적인 현안이었던 ‘나토 확장’ 문제에 대한 타협안이 도출될지 주목된다.
이 회담 결과는 미-러 관계뿐만 아니라 미-중-러 삼각관계에도 심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타협의 실마리가 나온다면, 미-러 관계가 개선의 전기를 잡으며 미국에 대항하는 중-러 연대에 일정 정도 충격을 줄 수 있다. 타협에 실패하면,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사이에 둔 러시아와의 대치, 대만해협에서 전개되는 중국과의 대결이라는 ‘두개의 전선’ 사이를 오가며 힘겨운 한해를 보낼 수밖에 없다. 또 러시아는 어떤 형태로든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실제 군사행동에 나설 수 있다.
곧이어 2월4일에 열리는 베이징 겨울올림픽은 미-중 전략경쟁이 세계를 이미 양분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주도하는 ‘외교적 보이콧’ 움직임으로 베이징 겨울올림픽은 이미 미-중 대결의 장이 됐다. 보이콧의 명분인 신장위구르 지역의 인권탄압에 더해 홍콩의 언론탄압 문제도 가중되고 있어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 비난 캠페인은 고조될 수밖에 없다. 중국 당국은 다시 악화하는 코로나19 상황 탓에 시안 등 주요 도시에 대한 봉쇄령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대회 기간 내내 서구의 정치적 공세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방역 압박 때문에 안과 밖 모두에서 최고의 감시와 봉쇄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와 함께 한국 정부가 오랫동안 공들인 ‘베이징 올림픽’을 통한 종전선언, 이를 통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의 가능성도 옅어졌다. 미국 정부 대표단이 불참하며 한국 역시 올림픽 기간 중 적극적인 외교 활동을 할 의미가 사실상 사라졌다.
미-중 대결은 지난해 국제사회에 깊은 시름을 안긴 두 현안인 미얀마와 아프가니스탄 문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2월1일로 군부 쿠데타 1주년을 맞는 미얀마의 정세는 실마리를 찾지 못할 공산이 크다. 군부정권에 맞서는 시민 세력들의 항쟁은 소수민족 세력과 연대하는 ‘저강도 내란’으로 발전 중이다. 군부정권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심해질수록, 미얀마에 대한 실질적인 영향력을 가진 중국의 침묵은 깊어질 것이다.
2월 말이면 탈레반이 집권한 지 반년이 되는 아프간의 상황 역시 개선의 기미가 없다. 국제사회의 원조에 의존하던 아프간 경제가 급속히 악화되며 현재 아프간 사회는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에 봉착해 있다. 미국 등은 아프간 대외 자산을 동결하는 등 제재를 통해 탈레반의 목줄을 쥐고 길들이려는 시도를 이어갈 것이다. 중국이 서구를 대신해 적극적인 관여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전체적인 상황을 개선하기엔 역부족이다.
3월9일엔 한국 대선이 치러진다.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미-중 대결에서 ‘어느 편에 설 것이냐’며 입지를 강요받는 상황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다만 보수 정권이 들어서면 그동안 문재인 정부가 유지했던 미-중 균형 외교 전략이 수정되며, 미국 쪽으로 급격히 기울 것이 분명하다. 이는 한국이 중국에 대항하는 미-일 동맹과 적극 연대해 한-미-일 3각 협력을 강화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과의 관계는 크게 개선되겠지만, 중국과 긴장이 심화되고 남북관계 역시 큰 부침을 겪을 게 뻔하다.
4월10일 치러지는 프랑스 대선은 유럽의 진로를 결정짓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수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재선될 가능성이 높으나, 정통 우파 정당인 공화당에서 첫 여성 후보로 선출된 발레리 페크레스의 도전이 거세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의 ‘전략적 자치’를 강조하고 있어, 그가 재선되면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이후 내세워온 ‘미국으로부터 유럽의 독립’과 관련해 유럽 독자방위력 구축 문제를 본격 의제에 올릴 것으로 보인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장기집권을 끝내고 지난해 12월 등장한 사회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독일 ‘신호등 연정’의 행보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독일이 향후 유럽연합(EU)의 재정과 예산 문제를 놓고 프랑스 등 다른 국가들과 알력을 해소할 수 있을지, 미-중 대결과 미-러 알력 속에서 유럽 독자 노선을 주도해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독일과 프랑스는 인권 문제 등에서는 중국을 향해 미국보다 더 강경한 입장을 주장하며 대만과 연대를 강화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경제적인 이유에서 중국과 관계를 개선해야 하고, 유럽의 지정학적 긴장 완화를 위해 러시아와 관계를 원만히 유지해야 하는 모순에 놓여 있다.
유럽 우익 포퓰리즘 정권의 대표 격인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도 4월 단일화된 야권 정당과 격돌한다. 이 선거 결과는 그의 10년 집권뿐만 아니라 극우적 성향의 유럽 우익 포퓰리즘의 운명을 알리는 ‘나침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1분기가 지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한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코로나19로 풀린 돈을 거둬들이는 긴축 정책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지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양적완화인 자산매입을 축소하는 ‘테이퍼링’을 3월에 완료하고, 연내에 3차례의 금리인상을 시사했다. 그로 인해 4월 들어 국제 금융시장에 본격적인 회오리가 몰아치면서, 자산 버블의 조정이 예상된다. 이미 고점을 지난 한국의 부동산 시장에도 가파른 하락세가 몰아칠 수 있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탈퇴한 이란 핵협정인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 복원 협상도 문제다. 이 협상이 상반기 안에 타결되지 않으면, 이란을 둘러싼 긴장이 극적으로 고조될 수 있다. 협상 파국은 미국이나 이란 모두에 너무 큰 부담이다. 그러나 이란이 원하는 제재 해제, 미국이 원하는 이란 핵활동 중지를 놓고 제한적인 타협이 도출될지 현재로선 예상하기 힘들다. 이란의 핵활동에 대한 이스라엘의 불만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고, 미국과 이란의 관계 역시 기껏해야 ‘교착’ 정도에 머물 수 있다. 이란에 맞서려는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수니파 아랍 국가들의 관계는 빠르게 진척되고, 이에 맞서 이란은 러시아와 중국과 협력 수준으로 격상하려 할 것이다. 11월에 카타르에서 열리는 월드컵은 이 같은 중동 정세를 조망하는 창문이 될 전망이다.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인류 전체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될지를 가르는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된다. 백신 보급과 우세종 바이러스로 변하는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으로 코로나19가 감기 같은 일상 질병으로 약화될지 주목된다. 하지만 오미크론을 넘어서는 또다른 변이의 출현도 가능해 예측이 쉽지 않다.
하반기의 빅이벤트는 중국과 미국에서 열린다. 중국 공산당의 전당대회인 20차 당대회가 가을, 미국의 중간선거가 11월로 예정돼 있다. 이번 당대회에서 시 주석의 3연임 여부가 결정된다. 미국과의 대결도 불사하는 ‘중국의 꿈’을 추구해온 시진핑의 3연임은 중국의 미래와 미-중 관계를 규정하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시 주석은 연임을 계기로 대내외 문제에서 중국 당국의 장악력을 더욱 높일 것이 분명하다. 이는 다시 한번 미국과 대결을 앞당길 것이다.
미국의 중간선거는 바이든 행정부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 현재 바이든 대통령의 인기가 하락해,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 지위를 탈환할 확률이 82%라고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진단하고 있다.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이 되면, 트럼프 지지층의 목소리가 커지고 미국의 국내 정치는 거의 내란 수준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있다. 대외정책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이 내세우는 동맹 복원, 미국의 지도력 회복 등의 문제가 뒤로 밀릴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재임 역시 어려워진다.
그런 가운데 미-중-러 지정학적 대결의 시대에서 주요 변수가 되려 하는 인도의 행보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힌두민족주의 정부는 대내적으로 권위주의를 강화하고, 대외적으로는 미국과 러시아를 향한 접근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대중봉쇄 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있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OIP) 구상의 핵심인 쿼드에 대한 참여를 강화하고, 러시아와의 전통적인 관계 역시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과 관계를 보면, 양국 간 국경분쟁이 ‘상수’로 남겠으나, 긴장을 강화하는 쪽으로 달려가지는 않을 전망이다.
10월에는 브라질에서 대선이 치러진다. 코로나19 사태 대처 등에서 극심한 혼란을 일으킨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격돌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룰라 전 대통령의 낙승이 예상된다. 하지만 보우소나루로 대표되는 극우·우파 세력들의 저항이 브라질 정치를 내란 수준으로 악화시킬 수도 있다. 중남미에서 다시 부는 좌파 정부 바람인 ‘핑크 타이드’가 풍운아 룰라 전 대통령의 재기로 완성될지 주목해봐야 한다.
결론적으로 2022년은 중국이 시 주석 3연임을 통해 중화민족주의 조류를 강화하고, 미국은 중간선거를 거쳐 국내 분열을 심화하며 막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이는 2023년에 이어질 더 심각하고 예측할 수 없는 미-중 대결을 예약하는 것이다. 인류는 바야흐로 ‘신냉전’의 한복판으로 진입하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영국 런던에서 한 예술가가 1일 새해를 맞아 하늘을 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런던/신화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31일 밤 전한 2022년 신년사에서 “조국의 완전한 통일은 양안의 동포가 함께 바라는 염원”이라고 말했다. 중국공산당 누리집 갈무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1일 내놓은 연두소감에서 개헌에 대해 “올해의 큰 테마가 될 것이다. 국회에서 논전을 깊게 하면서 국민적인 토론을 환기해 가겠다”고 말했다. 일본 총리관저 누리집 갈무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