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 국방부 확대간부회의에서 서방에 대한 군사대응을 경고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필요할 경우 군사 대응을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위기를 다시 고조해 동유럽에서 미국 등의 ’전략적 양보’를 끌어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푸틴 대통령은 21일 국방부 확대 간부회의에 참석해 군 간부들에게 행한 연설에서 러시아가 나토에 의해 위협을 받는다고 느낀다면 군사 대응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소련 붕괴 이후 나토의 확장,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개입 등을 비난하면서 서구 국가들이 고조되는 긴장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언급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 지대에 군사력을 구축해 긴장을 끌어 올린 뒤 서구에 내놓은 가장 격렬하고 직접적인 비난이다.
방송을 통해 러시아 전역에 중계된 이날 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우리 문 앞인 우크라이나에서 일을 벌리고 있다. 그들은 우리가 더 물러날 곳이 없다는 것을 이해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해선 “(미국의) 보호 아래에서 그들은 무장하고, 이웃 나라의 극단분자들을 러시아에 반대하도록 재촉하고 있다”며 러시아가 점령한 크림반도에 대한 적대 행위를 예로 들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우리가 단순히 지켜볼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상대방이 명확히 침략적인 노선을 계속하면, 우리는 그에 비례하는 군사기술적인 대책들을 취할 것이고, 비우호적인 조처들에 강경히 대응할 것이다. 우리에겐 전적으로 그럴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결코 양보하지 않을 것이며, 필요할 경우 군사 대응을 하겠다는 뜻을 재차 밝힌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금 벌어지는 유럽의 긴장은 그들의 잘못이다. 러시아는 모든 조처마다 대응을 강요 받고 있고, 상황은 악화되고, 더욱 악화되고 있어서 현재 우리는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상황이다. 우리는 이 상황을 용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7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화상회담을 통해 우크라이나 위기 등을 놓고 논의했다. 이어, 지난 15일엔 우크라이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러시아의 요구 사항을 미국 쪽에 전달했다. 이 안에 담긴 러시아의 주요 요구는 더 이상 나토를 동진시키지 않고, 옛 소련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기득권을 인정하라는 것을 법적 구속력이 있는 조약으로 보장하라는 것이다. 이날 연설에서도 “미국은 모든 국제협정에서 손쉽게 탈퇴하기 때문에 법적 보장조차도 믿을 수 없다”면서도 “ 최소한 분명하고 이해할 수 있으며 명확히 규정된 법적 보장을 원한다"고 거듭 요구했다. 하지만, "무력 충돌과 유혈은 절대 우리의 선택이 아니다”며 “우리는 문제들을 정치·외교적 수단으로 해결하길 원한다”고 협상을 촉구했다. 이날 연설은 앞으로 진행될 나토와 회담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강경한 입장으로 기선 제압을 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서방의 침략적인 행동의 구체적인 예로 미국의 미사일 배치를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러시아 인근으로 미국의 미사일 시스템이 전개되는 것을 크게 우려한다”며 “루마니아에 이미 배치됐고 폴란드에도 배치될 예정인 발사대 MK-41은 토마호크 공격미사일 발사를 위해 변형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일 이 시설이 더 이동하고 미국과 나토의 미사일 시스템이 우크라이나에 나타나면, 이 미사일들이 모스크바까지 비행하는 시간은 7~10분으로 줄어들 것이고, 만일 극초음속 미사일이 배치되면 5분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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