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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기후변화는 평화 위협”…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러시아 ‘거부권’

등록 2021-12-14 11:37수정 2021-12-14 13:58

결의안 채택 땐 기후변화발 분쟁에 제재·무력개입 권한
러 “서구의 다른 나라 내정 개입 정당화 구실 우려”
러시아의 바실리 네벤지아 유엔대사가 13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기후변화를 국제 평화와 안보의 위협으로 규정하는 결의안에 대해 손을 들어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러시아의 바실리 네벤지아 유엔대사가 13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기후변화를 국제 평화와 안보의 위협으로 규정하는 결의안에 대해 손을 들어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러시아가 13일(현지시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기후변화를 국제 평화와 안보의 위협으로 규정한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결의안은 기후변화를 “충돌과 위기를 증폭하는 근본 원인”의 한 요인에 포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유엔 사무총장에게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가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방지하기 위한 방안 등에 대한 정례 보고를 요구하고 있다.

이날 결의안 표결에서는 유엔 안보리 회원 열다섯 나라 중 열두 나라가 찬성했으나, 러시아와 인도 두 나라가 반대표를 던졌고, 중국은 기권했다. 찬성이 압도적이었으나, 러시아가 거부권을 가진 상임이사국 다섯 나라 중 하나여서 부결됐다.

결의안은 애초 지난해 독일이 제안했지만 정식 상정되지 못한 채 폐기됐던 것을 올해 안보리 의장국인 니제르와 아일랜드가 다시 공동으로 제안한 것이다. 결의안 채택 불발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단결이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지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기후변화가 국가 간 갈등, 더 심하면 무력충돌의 잠재적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는 유엔과 다른 국제기구에서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예컨대 말리와 니제르 등 아프리카 몇몇 곳에서는 기후변화로 가뭄과 사막화가 악화하면서 물과 식량, 농장, 목초지를 둘러싼 경쟁이 심각해졌으며, 이런 상황이 그 지역의 폭력 발생과 불안의 요인이 되고 있다.

러시아의 유엔대사 바실리 네베지아는 결의안에 대해 서구가 다른 나라 내부 문제의 개입을 정당화하기 위한 구실이 될 것이라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그는 “기후변화를 국제 안보의 위협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그들 나라의 뿌리 깊은 진정한 갈등 원인에서 시선을 돌리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도의 유엔대사 티 에스 티루무르티는 “인도는 기후 행동과 기후 정의에 관해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열심이지만, 안보리가 이들 문제를 다룰 장소는 아니다”며 기후 문제는 기존의 유엔기후변화협약에 맡겨 놓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엔 외교관들은 유엔 회원국 193개 나라 중 적어도 113개국이 결의안을 지지하고 있다며 러시아가 회원국의 전반적인 의사를 무시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유엔대사 린다 토머스-그린필드는 러시아가 “기후변화의 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작고 실질적이고 필요한 조치를 막았다”고 비판했다. 결의안 제안국인 아일랜드의 제럴딘 바이언 네이선 유엔대사는 “이 결의안이 결정적인 시기에 역사적이고 중요한 움직임이었다는 걸 우리는 잘 안다”며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에 “매우 실망했다”고 말했다.

유엔 안보리는 국제 안전과 평화를 위해 필요하다면 개별 국가 등에 제재를 내리고 무력의 사용을 명령할 수 있는 유일한 유엔 기구이다. 결의안이 채택되면 유엔 안보리는 기후변화로 무력충돌 등이 발생한 나라에 개입할 수 있는 합법적 근거를 마련하게 된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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