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를 가장 먼저 확인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이 변이가 이미 우세종으로 자리잡은 것으로 확인됐다.

남아공 보건부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NICD)는 1일(현지시각) 최근 채취해 염기 서열을 분석한 표본 249건 가운데 74%가 오미크론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남아공은 전국의 코로나19 감시 네트워크를 통해 수집한 표본 중 일부에 대해 매주 유전자 분석을 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연구소는 “변이의 개요와 전염 양상을 볼 때, 오미크론이 인체의 면역 체계를 부분적으로 회피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중증 발현과 사망을 막아주는 백신의 효능을 떨어뜨리는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남아공은 지난달 8일 하우텡주에서 채취한 검체에서 처음으로 오미크론 변이를 확인했으며, 지난달 24일 세계보건기구(WHO)에 이를 공식 보고했다. 오미크론이 처음 확인된 지 채 한달도 지나지 않아, 가장 널리 퍼진 우세종이 된 것이다. 인구 밀집 지역인 하우텡주에서 처음 발견된 오미크론 변이는 남부 이스턴케이프주와 웨스턴케이프주, 동부 콰줄루나탈주와 음푸말강가주 등으로 확산됐다. 전국의 9개 주 가운데 동서부의 4개 주에서는 오미크론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오미크론 확산과 함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도 급격하게 늘고 있다. 감염병연구소는 이날 남아공의 신규 확진자는 전날(4373명)의 2배에 가까운 8561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하루 확진자가 2273명이었던 지난달 30일 이후 매일 확진자가 2배씩 늘고 있다. 대부분의 확진자는 하우텡주에서 나오고 있다.

남아공에서는 델타 변이가 널리 확산된 지난 7월4일 하루 확진자가 2만6485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으며 그 이후 빠르게 줄어 11월초 100명 수준까지 떨어진 바 있다. 다만, 지난달 26일 110명을 넘었던 사망자는엔 20명 수준으로 줄었다.

세계보건기구 아프리카사무소의 바이러스 전문가 닉시 쿠메데모엘렛시 박사는 “앞으로 몇주 동안 확진자가 두 배, 세 배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의 마리아 벤커코브 코로나19 기술팀장은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미크론의 전파력이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주는 자료가 며칠 안에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벤커코브 팀장은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 변이보다 전파력이 더 강할 가능성은 있지만 더 심각한 증상을 유발하는지는 아직 속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의 수미야 스와미나탄 수석 과학자는 기존 백신이 오미크론에 대해서도 효능을 보일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 라이언 긴급대응 팀장은 “가난한 나라의 취약 계층이 여전히 백신을 맞지 못하고 있다”며 부자나라들의 백신 추가접종 움직임을 비판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