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격한 반발에도 미국 의원단을 태운 미국 정부의 전용기 C-40이 25일 밤 타이페이 쑹산 공항에 도착했다. 주미 대만 대사관 역할을 하는 미국재대만협회는 “의원들이 대만 고위 지도자들과 상호 관심사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타이페이/EPA 연합뉴스
대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미 연방 하원의원들이 25일 또 대만을 방문했다. 이달에만 미 의원들의 두 번 째 대만 방문이다.
미 하원 재향군인위원회의 마크 타카노 위원장과 콜린 올레드, 엘리사 슬로킨, 새라 제이컵스(이상 민주당), 낸시 메이스(공화당) 등 의원 5명이 이날 미군 수송기를 타고 대만에 도착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대만 외교부는 성명을 내어 “미 하원의원들이 또 방문한 것은 미 의회의 초당적이고 굳건한 대만-미국 관계 지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환영했다.
사실상 주미 대만 대사관 구실을 하는 미국재대만협회(AIT)는 “의원단은 대만 고위 지도자들을 만나 미-대만 관계, 지역 안보, 기타 중요한 상호 관심사들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통신은 전했다. 대만 <중앙통신>(CNA) 또한 미 의원단의 방문이 차이잉원 총통은 물론 군사 관리들과의 만남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의원단은 26일 대만을 떠난다. 추수감사절 연휴를 활용해 동아시아를 방문한 이들 의원은 대만에 앞서 한국, 일본을 방문했다.
앞선 9일에도 미국의 존 코닌 의원을 포함한 공화당 상원의원 4명과 하원의원 2명, 보좌진 7명이 미군 수송기를 타고 대만을 방문해 중국군의 위협 등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당시 중국 국방부는 미 의원단의 대만 방문을 “난폭한 내정간섭”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6월에도 미 상원의원들이 대만을 방문했다.
미 의원단의 잇따른 대만 방문은 대만을 놓고 미-중 간 정치·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미국이 의도적으로 대만과의 친밀한 관계를 과시하는 모습이다.
지난 15일 화상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확인하면서도 “대만해협의 현상을 변경하거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일방적 시도에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들어 중국 군용기가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한 횟수가 700회가 넘는 등 중국의 대만 위협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시 주석은 이에 대해 “대만해협의 정세가 긴장되는 이유는 대만 당국이 미국에 기대 독립을 도모하기 때문이고, 미국의 일부 인사들이 대만으로 중국을 견제하려 하기 때문이다. 불장난을 하면 반드시 자신을 태우게 된다”고 강력하게 맞섰다.
미국은 한발 더 나아가 다음달 9~10일 화상으로 여는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대만을 초청했다. 이에 중국 외교부는 “결연히 반대한다”며 “대만은 중국의 분리할 수 없는 영토”라고 반발했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대만과 단교했다. 미국은 이후 대만관계법을 제정해 대만에 무기를 판매해 중국의 위협으로부터 대만이 스스로 보호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미 정부는 공식적으로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대만 보호에 나설 것인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시엔엔>(CNN) 주최 타운홀에서 중국의 대만 공격시 대만을 방어하겠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해, 미국의 속내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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