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미국 조지아주 브런즈윅에서 조깅을 하다가 백인의 총에 맞아 숨진 흑인 아머드 아버리의 어머니 완다 쿠퍼-존스가 24일(현지시각) 법원에서 총격자 등 백인 3명에게 유죄 평결이 내려진 뒤 한 지지자와 포옹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해 미국에서 조깅하던 흑인을 총으로 쏴 죽인 백인 남성 3명이 24일(현지시각) 모두 유죄 평결을 받았다.
이날 조지아주 글린 카운티 법원은 지난해 2월 조지아주 브런즈윅에서 달리고 있던 25살 흑인 청년 아머드 아버리를 살해한 혐의로 백인 남성 트래비스 맥마이클(35)과 아버지 그레고리(65), 이웃 윌리엄 로디 브라이언(52)에게 유죄 평결을 내렸다. 이들은 악의적 살인, 중범죄 살인, 가중 폭력 등 여러 건의 혐의를 인정받아 종신형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과 피고인 쪽은 열흘 간 변론을 벌인 뒤, 11명의 백인과 1명의 흑인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11시간의 숙의 끝에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2월 트래비스는 동네에서 조깅하고 있던 아버리를 절도 연루자로 의심하고 픽업 트럭을 타고 쫓아가 총으로 쏴 죽였다. 그의 아버지 그레고리가 트럭에 함께 타고 있었다. 이웃 브라이언은 이 장면을 촬영했다.
마이클 부자는 자신들의 행동은 범죄를 저질렀다고 믿을 타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경찰이 아닌 일반인도 용의자 체포 권리를 갖게 한 조지아주의 시민체포법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1863년 제정돼 인종차별에 악용된다는 비판을 받아온 시민체포법은 지난 5월 폐지됐다. 피고인들은 또한 트럭이 접근할 때 아버리가 트래비스에게 달려들었다며 정당방위 주장도 폈다. 하지만 검찰은 아버리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피고인들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날 유죄 평결에 아버리의 어머니 완다 쿠퍼-존스는 길고 힘든 싸움이었다며 “아들이 이제 편히 쉴 것”이라고 말했다. 법정 밖에 모인 시민들도 “정의를 얻었다”며 환호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성명을 내어 “이번 평결은 사법 시스템이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환영하고, “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우리는 누구도 피부색 때문에 폭력을 두려워 하지 않는 단합된 미래를 건설하는 데 다시 전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해 아버리가 총에 맞아 숨진 뒤 73일 만에야 맥마이클 부자를 검거해 시민들이 분노했다. 이번 재판은 지난해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대에 총을 쏴 2명을 살해한 백인 청년 카일 리튼하우스(18)가 지난 19일 무죄 평결을 받은 것과 거의 동시에 이뤄져 더욱 눈길을 모았다. 경찰은 시위 가능성에 대비하는 등 평결을 앞두고 긴장감이 고조됐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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