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모습이 3일 뉴욕증권거래소 텔레비전 화면에 나타나고 있다. 연준은 이달 말부터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를 시작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뉴욕/AP 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말부터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을 시작하겠다고 3일(현지시각) 밝혔다. 코로나19에 대응해 시장에 공격적으로 돈을 풀어온 정책을 거둬들이는 것이다.
연준은 이날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성명을 내어 “지난해 12월 이후 위원회의 목표를 향한 경제의 상당한 진전을 고려해, 월간 순자산 매입을 국채 100억달러, 주택저당증권(MBS) 50억달러씩 감축하는 것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들에게 “경제가 우리 목표에 상당한 추가 진전을 달성했기 때문에 테이퍼링을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준은 지난해 3월부터 경기 회복 지원을 위해 매달 국채 800억달러와 주택저당증권 400억달러를 매입해 시장에 돈을 풀어왔다.
그러나 이날 결정에 따라 연준은 11월에 국채 700억달러, 주택저당증권 350억달러로 매입 규모를 줄인다. 이어 12월에는 각각 600억달러, 300억달러씩 매입한다고 연준은 밝혔다. 매달 이렇게 해나갈 경우, 내년 6월 테이퍼링이 종료된다.
연준은 다만 “이러한 속도의 매달 순자산 매입 축소가 적절할 것이라고 판단하지만, 경제 전망의 변화로 인해 정당화될 경우 매입 속도를 조절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연준은 이미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테이퍼링 개시를 발표할 것으로 관측돼왔다.
연준은 이날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재의 0.00∼0.25%로 동결해, 지난해 3월 설정한 ‘제로’ 수준을 유지했다. 파월 의장은 최대고용까지 갈 길이 멀다면서 “아직 금리를 올릴 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준의 ‘돈줄죄기’ 발표에도 뉴욕 증시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04.95포인트(0.29%) 오른 3만6157.58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29.92포인트(0.65%) 오른 4660.57에, 나스닥 지수는 161.98포인트(1.04%) 오른 1만5811.58에 각각 장을 마쳤다. 테이퍼링 예상이 이미 주식시장에 선반영된 데다, 연준이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것이라는 관측을 유지한 점 때문으로 보인다. 연준은 이날 인플레이션이 고조됐다면서도 “일시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요소들을 대체로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