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이제는 금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3일(현지시각) 끝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에서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개시를 발표할 것이 확실시된다. 시장은 이제 금리 인상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연준은 이틀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마치는 3일, 매달 1200억달러 규모 채권을 매입하는 기존 프로그램을 축소하는 ‘테이퍼링’ 개시를 발표할 것이 확실시된다고 미국 언론들은 예상한다. 이미 연준은 올해 말에 테이퍼링을 시작한다고 예고해왔고, 공개시장위가 이번에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테이퍼링이 이달 말 전에 시작돼, 내년 중반쯤에 완전히 끝날 것으로 예상한다. 시장에 가할 충격이 더 큰 금리 인상은 그때부터는 시간 문제가 된다.

연준은 이번 여름까지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 현상이라고 진단하다가, 최근 들어서는 기존 입장에서 후퇴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위원들은 물가 상승이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강하고 지속적이라고 말하며, 연준은 이런 상황에 대처할 적절한 수단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리 인상이 빨라질 수 있다고 내비친 것이다. 다만, 공개시장위 위원들은 내년에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을 보이며, 신중한 태도는 유지하고 있다.

시장에서도 금리 인상이 빨라질 것으로 예측을 바꾸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경제분석가들은 애초 예상보다 1년이나 빠른 내년 7월 금리 인상을 예상한다. 도이치방크는 다음 해 12월로 당겼다. 시장 가격을 추적하는 시엠이(CME) 그룹의 예상 틀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연준이 2022년 6월 회의 때 금리 인상을 할 것이라는데 50%의 확률을 걸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이 내년 6월에 시작될 것으로 베팅하고 있다고 <시엔비시>(CNBC)가 전했다. 최소 1번이나 2번 정도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다음 해 동안 이뤄질 것이라고 본다.

다른 선진국들은 이미 금리 인상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영국중앙은행은 금리 인상의 문턱에 서 있어서, 금리를 인상하는 첫 주요 중앙은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와 오스트레일리아도 경기부양책에서 물러나고 있다.

공개시장위의 이번 발표에서 관심은 테이퍼링 자체가 아니라 테이퍼링과 관련해 어떠한 톤과 자세로 경제를 평가할 것인가다. 인플레이션이나 공급망 정체에 대한 연준의 평가에 따라, 시장의 반응이 요동칠 것이다.

테이퍼링을 너무 강조하면 투자자들은 금리 인상이 임박했다는 압박을 받고, 유화적인 태도라면 연준이 인플레 위협을 무시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연준은 테이퍼링이 시작돼도 향후 몇달 동안은 코로나19 위기 이전보다도 채권을 더 많이 매입한다. 이에 따라 현재 8조6천억달러 규모의 채권 등 자산은 내년 상반기까지 9조달러로 계속 늘어난다. 연준이 언제부터 보유 채권 규모 자체를 축소할지는 아직 논의되지 않았다. 따라서 연준은 테이퍼링이 시작돼도 결코 긴축효과가 나지 않을 것임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 등에서 테이퍼링의 완료가 자동으로 금리 인상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두 개의 정책은 별개임을 강조할 것이라고 <시엔비시>는 시장 전문가들을 인용해 전했다.

테이퍼링의 개시는 코로나19 이후 경제로 가는 위험한 여정의 시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