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 예멘 연안에 2017년부터 버려진 유조선 FSO 세이퍼. AP 연합뉴스
홍해에 버려진 폐유조선이 부식되면서 그 안에 담긴 막대한 양의 원유가 방출돼 인근 어족 자원이 전멸하고 주민들의 식수가 위협받게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홍해의 예멘 연안에 지난 2017년부터 버려진 유조선 ‘에프에스오(FSO) 세이퍼’가 최근 급속히 부식하고 있어 그 안에 있는 원유 110만배럴이 유출될 위기라고 <가디언>이 11일 보도했다. 원유가 유출되면 인근 어족 자원이 3주 안에 전멸하고, 인근 주민 800만명의 식수가 차단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유조선은 선체가 강판 한겹으로 구성돼 있어서 부식이 시작되면 원유가 그대로 바다로 유출된다. 이 유조선이 담고 있는 원유 110만배럴은 1989년 알래스카 연안에 원유 오염 재앙을 부른 엑손 발데즈 유조선이 유출한 원유량보다 많은 것이다.
이 위기 사태를 놓고 유엔(UN)은 예멘 내전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후티 반군, 예멘 정부와 대책을 협상 중이다. 하지만, 유엔 관리들은 현재 단 7명의 선원에 의해 관리되는 이 유조선의 선체가 급속히 부식 중이어서 선박 유지를 보장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게다가 예멘 내전으로 인해 이 문제에 대처할 효율적인 정부나 주체도 없는 상황이다.
저널 <네이처 서스테이너빌러티>에 11일 실린 이 유조선의 원유 유출의 결과에 대한 예측 모델 연구를 보면, 유출이 시작되면 2주 안에 인근 홍해 연안의 호데이다 및 살리프 항이 폐쇄된다. 이는 예멘에 제공되는 20만t의 연료 전달을 위협하게 된다. 예멘에게 필요한 연료의 38%이다. 예멘의 연료 가격도 80%로 치솟는다. 양수기 연료 부족으로 800만명의 주민들에게 식수 등 물이 제공될 수 없다. 특히, 이 지역의 담수화 공장이 오염되면 추가로 200만명의 주민들에게 물이 차단된다.
유출된 원유의 절반은 24시간 안에 증발되고, 나머지는 6~10일 내에 예멘의 서부 연안에 도달하고, 3주 안에는 남부 항구에도 도달한다. 내전이 진행 중인 예멘에선 식량 지원이 필요한 주민들 수가 570만명에서 840만명에 이른다. 유출된 원유가 남부 연안까지 영향을 미치면 주요 항구인 아덴항이 폐쇄될 수 있다. 식량 지원이 필요한 주민들에게 식량이 제때 공급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또 유출된 원유는 1주일 안에 예멘 인근 홍해 어족 자원의 66.5~85.2%를 위협하고, 3주 안에는 93.5~100%를 위협하게 된다.
증발되는 원유도 문제다. 이 원유는 주민들이 호흡하는 공기에 섞여 겨울철엔 1130만명, 여름철에는 1950만명의 주민들에게 심각한 호흡기 질환을 야기할 것으로 예측됐다. 홍해 바다의 명물인 산호초들도 위협받는다.
원유 유출로 인한 방제 작업이 실시되면 세계 해운에도 심각한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 세계 해운 물동량의 10%가 이 지역을 통과한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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